▲하르호린 가는 길포장도로 옆에 차량들이 만들어 놓은 흙길 우회도로가 이어진다.
노시경
하르호린 주변의 포장도로는 사정이 괜찮았지만 점점 외곽으로 나가자 깊게 패인 도로들이 나타났다. 영하 20~40℃로 떨어진다는 몽골 겨울의 강추위에 이 포장도로는 견뎌낼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더욱 신경 쓰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는 몽골 초원의 포장도로들은 이곳저곳에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가도 군데군데 파인 도로를 만나면 포장도로 바로 옆 초원의 흙길을 달렸다. 이 흙길은 운전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우회도로이다. 우리는 또 우리만의 새 길을 만들어서 달렸다. 몽골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나의 몽골친구는 포장도로와 우회 흙길을 달리면서 마치 레이싱을 즐기는 레이서 마냥 신나게 차를 몰았다. 우회도로에서 만난 차들은 서로 앞서 나가기 위해 먼지를 날리며 속력을 내고 있었다. 몽골의 평원에서는 우리가 달리는 길이 바로 길이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말을 타며 속도를 즐겼던 몽골인들의 유전자가 도로의 질주에서도 이어지는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