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조세형
케어와 함께 이번 사태 해결을 이끈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물복지 콘퍼런스(Asia For Animals Conference 2015)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전 대표는 콘퍼런스에서 한국 동물원 동물에 관해 발표한 후 외국인 활동가들로부터 "한국은 경제적으로 아주 잘 사는 나라인데 동물복지가 왜 그렇게 낙후돼있느냐?"는 질문을 아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겉보기에 아주 잘 살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오로지 높은 경제 수준만이 선진국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진정한 선진국을 만드는 것은 약자를 보호하는 문화적·법적 장치"라고 했다.
이에 지난 두 달 동안 잘못을 반성하지도, 사과하지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자세들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상식인 현실에서 큰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전 대표는 코끼리·사자·호랑이와 같이 소위 '비싼'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대접을 받는 것에 반해, 사슴·흑염소·토끼와 같이 값싸고 번식이 쉬운 동물들은 형편없는 취급을 받고 있으며, 그런 동물들을 보살피는 동물원의 직원들 역시 열악한 대우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귀하게 대우해야 그들을 보살피는 사람도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어느 동물원 직원의 말을 빌려, 인간이 만든 제도가 잘못됐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이 바로 동물복지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동물원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케어와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합의문 |
1. 동물단체 케어와 서울동물원은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의 재매입 후 수용할 동물원과 목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동·중성화 등 복지문제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의 주체가 되고, 해당 동물원과 목장은 사슴과 흑염소를 자연적 죽음에 이를 때까지 책임 있게 보호하고 관리한다.
2. 사슴과 흑염소의 중성화 수술(수컷)은 서울대공원이 책임을 지고 시행한다. 중성화 수술은 이동할 동물원과 목장으로 이동 전·후 동물의 건강과 치료를 고려하여 실시하고, 해당 목장은 수술 후 회복관리에 책임을 다한다.
3. 사슴과 흑염소를 보호하게 되는 목장과 동물원은 사슴과 흑염소가 질병에 걸리면 신속하게 치료에 임해야 하며,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어 고통이 지속화되었을 때는 수의사에 의한 인도적인 안락사를 시행해야 한다.
4. 사슴과 흑염소를 보호하는 목장과 동물원은 케어와 서울동물원의 동의 없이 모든 동물을 매각할 수 없으며,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5. 서울동물원은 향후 기존의 실험동물윤리위원회 내에서 동물원 동물복지에 대한 심의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것이며 이 위원회에 케어를 참여하도록 한다. 서울동물원은 추후 독립된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6. 서울동물원은 향후 가축동물의 개체 수가 환경 수용능력을 넘어 늘어나거나 동물원 전시 기준의 변화에 따라 동물을 반출해야 할 시, 식용 등 상업적이고 비인도적인 도살·매매 등을 시행하는 업소에는 매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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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팔려간 서울대공원 동물, 시민이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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