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주세요'정혜원 SJD코퍼레이션 상무(가운데)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로비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한 34층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키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롯데그룹 쪽에 왕회장 집무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열쇠'를 요구했다. 왕회장 집무실이 있는 34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카드키로 인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장남 일행은 이 열쇠가 없어 롯데그룹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결국, 이 열쇠에는 '집무실 접수'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것이다.
롯데그룹 쪽은 왕회장 직계가족인 장남에겐 열쇠를 줄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제3자'에겐 줄 수 없다며 버텼다.
급기야 집무실에 있던 일행과 전화를 주고받은 민유성 고문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취재진에게 왕회장 깜짝 인터뷰를 제안했다. 영상촬영기자 2명, 사진기자 2명, 취재기자 2명씩 풀을 짜는 조건이 붙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곧 "한국과 일본 풍습에 따라 장남이 후계자가 되는 게 맞다"는 왕회장 발언이 수많은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이미 왕회장은 신동주 회장을 통해 롯데그룹 경영권을 차남이 아닌 장남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컸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올 때마다 왕회장이 고령이어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식으로 은연중에 '건강 이상설'을 흘렸던 롯데그룹 쪽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왕회장은 94세 고령이어서 귀가 어두운 탓에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민유성 고문의 도움을 받긴 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왕회장은 취재기자 3명을 불러 진행한 두 번째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20년 더 일할 생각"이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