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 지키려 카드깡? 마사회 공기업 맞나"

[현장]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투쟁 900일... 마사회 '여론 조작' 들통

등록 2015.10.18 17:33수정 2015.10.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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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학으로 소원 빌고, 마사회 밟아주고...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18일 투쟁 900일을 맞아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을 염원하는 종이학 900마리를 접어 날리고, 마사회를 상징하는 종이상자를 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종이학으로 소원 빌고, 마사회 밟아주고...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18일 투쟁 900일을 맞아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을 염원하는 종이학 900마리를 접어 날리고, 마사회를 상징하는 종이상자를 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시연


"<9시 뉴스> 시청률이 20%가 넘는다. 수만 명 집회보다 더 효과적이다."

KBS가 용산 주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 <9시 뉴스>에서 마사회가 용산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화상경마장 찬성 여론을 조성한 의혹을 제기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18일 화상경마장 투쟁 900일을 맞은 주민들도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고무된 용산 주민들 '종이학 900마리' 날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아래 용산대책위)' 소속 주민 3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 '렛츠런 CCC') 앞에서 투쟁 9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마사회가 학교에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화상경마장을 만들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와 용산구청, 국가권익위원회까지 나서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서울시장도 못 막는 도박장, 마사회 왜 있나").

용산 주민들과 학생들은 이날 '화상경마장 추방' 염원을 담은 종이학 900마리를 접어 날린 데 이어 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화상경마장을 상징하는 종이상자를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때 찬성 편에 섰다 돌아선 용산 지역 주민들이 이날 화상경마장 앞에 내건 것으로 보이는 대형 현수막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용산 주민' 이름으로 "마사회 공기업 카드깡 검은돈으로 일당 10만 원씩 받던 찬성 주민들은 어디로 갔나? 반대 주민들 싸움 시키려고 불법 취업시킨 주민들은 어디로 갔나? 진실을 밝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썼다.

용산대책위 관계자는 "이 현수막은 우리가 내건 것이 아니라 화상경마장 찬성 집회에 동원됐던 주민들이 걸은 것"이라고 밝혔다.


KBS "마사회, 일당 10만 원 주민 동원" 보도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투쟁이 900일을 맞은 18일 마사회의 여론 조작 의혹을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 앞으로 화상경마장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 현수막은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가 아닌, 찬성 집회에 동원됐던 지역 주민들이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투쟁이 900일을 맞은 18일 마사회의 여론 조작 의혹을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 앞으로 화상경마장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 현수막은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가 아닌, 찬성 집회에 동원됐던 지역 주민들이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 김시연


앞서 KBS의 여론 조작 의혹 보도 역시 과거 찬성 집회에 동원됐던 지역 주민을 비롯해 화상경마장 전직 미화원, 경비업체 직원들 증언이 뒷받침됐다.


KBS는 지난 16일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찬성 집회에 동원하려고 일당 10만 원을 주고 지역 주민을 동원하거나 반대 현수막을 철거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7일에는 마사회가 식당 서너 곳에서 마사회 용산상생협력팀 법인카드로 수십만 원을 결제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카드깡' 방식으로 주민 동원에 필요한 돈을 마련 정황도 고발했다.

이에 마사회 감사실에서도 법인카드 사용 명세에 대한 자체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진국 마사회 홍보실장은 17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마사회는 특정 주민과 의도적으로 대가를 주고 공식적으로 일한 사실이 없으며, 정당하게 식사대금을 지급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용산대책위는 이날 다음주 중에 감사원에 마사회 불법 행위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지난해 6월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철회를 권고했던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재의결을 요청할 예정이다.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성심여고 김율옥 교장은 이날 "어제 오늘 학생, 학부모들과 900일 맞이 학을 같이 접으면서 '어떤 일을 900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3번째 겨울을 앞두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면서 "국가는 국민 안전을 보장할 임무가 있는데 사행을 산업이라고 하고 국민이 공기업인 마사회에서 900일이나 시위를 하게 만들어도 되나"라고 따졌다.

○ 편집ㅣ이병한 기자

#용산 화상경마장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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