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풍경.유럽 여행 사진
정무훈
런던에서 빅벤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갔을 때의 일이다. 빅벤이 보이는 템즈강 다리 위에 사람들이 혼잡하게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했다. 야바위꾼이 바닥에 3개의 그릇을 놓고 한 개의 주사위를 꺼내 놓았다. 그 남자는 능숙하게 주사위의 위치를 옮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들고 그 중에 한 사람이 판돈을 걸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돈을 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야바위꾼들이 늘어나고 여기저기에서 더 많은 도박판이 펼친다. 구경꾼들과 야바위를 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진다.
나는 다리 난간에 기대어 자리를 펼치는 야바위꾼들은 관찰했다. 가만히 보니 처음에 돈을 거는 사람은 야바위를 하는 사람과 한 편이었다. 구경꾼들들 앞에서 돈을 걸고 돈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혹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욕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돈을 거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따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은 야바위꾼의 눈속임 기술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정치, 경제, 교육도 야바위와 다르지 않다. 성공하거나 신분 상승의 신화 속에 계속 사람들은 도박판에 돈을 건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서서히 모든 것을 잃어간다.
잠시 스쳐간 시간이었지만 런던은 서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파리도 마찬가지였고 유럽의 대도시의 풍경은 모두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도시의 우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얼굴들, 가판에서 마주친 얼굴들, 간이식당에서 바라본 얼굴들은 모두 일상과 노동에 지쳐서 굳은 표정이었다. 그 얼굴에 그들의 삶이 담겨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표정 바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잠시라도 그들처럼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방인에게 그런 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유럽 슈퍼에서 가장 싼 샌드위치를 사는 것과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