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가 살던 북촌 기와집(사진 위)과 달리 서촌의 한옥(아래)에는 중인들이 살았다
김민지
서촌 남쪽의 내시 거주지는 소박하다. 주거 공간이 자신의 권력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실무적 기능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촌 내 '쌍둥이 한옥'으로 알려진 누하동 162번지는 기역 형태의 6.5평짜리 소형 한옥 두 채가 나란히 붙어있다. 마을 사람들은 내시가 거주한 집이라고 이야기한다.
2009년 한옥 지원정책으로 '쌍둥이 한옥' 신축 의뢰를 받은 서울 한옥 황인범 대표는 "이 집에 내시가 살았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다"며 "60년대까지만 해도 서촌 한옥마을에 내시가 있었고 이 집은 한 사람이 살만한 조그만 크기의 한옥인 점으로 보아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건축 평론가인 에드윈 헤스코트는 자신의 책 <집을 철학하다>에서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기이한 측면이자 우리와 집의 관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변모한 측면은 거주지를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시각으로 볼 때 소박한 크기의 내시촌은 현대 주거공간과 대조를 이룬다.
집은 투기와 과시의 대상이 됐다. '전세대란'으로 자신이 살 공간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반면 살지 않는 집을 몇 채씩 소유하거나 강남의 유명 아파트에 필요 이상 평수로 사는 사람도 많다.
미디어가 만든 우스꽝스러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