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캄푸치아 크롬을 돌려달라과거 베트남에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며 승려들과 사회단체들이 합세해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박정연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단순실수나 착오로 잘못 올린 사진 한 장이나 광고 문구 한 줄 틀린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오히려 캄보디아국민들이 별것 아닌 일로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래된 캄보디아-베트남 양국 국민들 간의 해묵은 감정과 갈등을 이해한다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캄보디아 역사를 살펴보면, 12세기 화려했던 앙코르제국이 몰락한 이후 이 나라의 역사는 '굴욕의 역사' 그 자체였다.
강대국 베트남과 태국의 영향력 하에 속국으로 전락하며, 수백 년 동안이나 치욕을 경험했을 뿐더러, 20세기에 이르러서도 내전을 겪는 과정에 수많은 캄보디아 민간인들이 베트남군으로부터 학살을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킬링필드로 점철된 폴 포트 공산정권 몰락 후인 지난 1979년부터는 무려 10년 가까이 '해방군'이란 이름으로 들어온 베트남군에 의해 반식민지에 가까운 상태로 통치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그뿐 아니다. 시간을 다시 거슬러 17세기에는 자신들의 조상으로 물려받은 오랜 영토를 이웃 나라 베트남에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빼앗긴 역사마저 갖고 있다. 과거 '사이공'으로 불렸고, 지금은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가 된 호찌민시를 둘러싼 6만 8990㎢에 달하는 영토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크메르인들과 그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이 땅을 찾기 위한 사회단체들의 시위와 집회가 수도 프놈펜에서 해마다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캄보디아인들의 반베트남 정서는 그 골이 워낙 깊어 캄보디아에서 대를 이어 오래 살아온 베트남인들조차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자신이 베트남 혈통임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13년 총선 당시에는 친베트남 성향의 훈센 정권을 겨냥해 유력한 야당총재가 베트남인들을 비하하는 '요운'이란 단어를 사용해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작년에는 한 젊은 남성이 단지 베트남인이란 이유만으로 대낮 도로 한복판에서 다수의 캄보디아인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해 결국 살해 당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인들이 살고 있다. 베트남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오래전 선대부터 정착해 살아왔거나, 베트남 공산화 직후 메콩강을 거슬러 탈출한 일명 '보트피플'들이다. 이들은 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베트남인이란 이유만으로 무참히 살해당하기도 했지만, 용케 살아남아 베트남으로 피난했다가 90년대 초 유엔주도하에 과도정부가 수립되자, 다시 돌아와 사는 케이스도 상당수다.
베트남 출신이라는 사실, '주홍글씨'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