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塔)_7×7×15. 부제 공사일육. 박성욱 작세월호 참사후 탑을 빚었다. 탑은 이전에도 조형적 오브제로 만들어졌으나, 이 탑은 이전의 탑과 다르다. 여기엔 기억과 기원이 있다.
박성욱
보통의 강연이 있던 날, 비엔날레 관람후 지평을 찾았다. 박성욱은 이번 비엔날레의 '유산 섹션' 초청작가. 무왕리 산촌분지에 도예가 박성욱의 작업실 겸 거처가 있었다. 가는 길에 천둥 번개가 쳤고, 비 오는 밤길은 어두웠다.
- 현대공예저널 편집장 글렌 아담슨은 공예의 제작과정을 살피라 했다. 경로를 해독하면 공예품을 새롭게 감상하는 법을 발견한다고. 그는 협업, 연속된 반전 과정을 짚었다. 당신 작품의 제작과정은? "덤벙분청은 소성되지 않은 기물을 백토물에 담가 형태를 완성시킨다. 이때 기물은 중력을 견디기도 하고 담아내기도 하며 혹은 허물어지기도 한다. 덤벙분청 달 항아리는 지구와 달의 어디 즈음에서 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하는 긴장감이 있다. 기물들은 불의 흐름에 따라 섬세하게 반응한다. 주저앉기도 하고 갈라지는 일은 허다하다. 그러나 미세한 실금도 허락할 수 없다. 전 과정에 감각을 열고 기다린다."
- 보통은 한국 공예의 대표주자로 도자기를 들었다. 외국에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당신 작업은 분청과 백자, 합과 탑 같은 전통 '유산'을 가장 근접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비엔날레는 변화와 미래를 보여주는 행사 아닌가. "고려청자의 선과 색, 조선백자의 단아 소박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분청은 다소 생소한데, 활달하고 자유스럽다. 나는 분청과 백자를 결합하고, 달항아리를 평면으로 내려 해체-재조직하는 도벽작업도 한다. 전통은 '자산'이다. 이를 토대로 작업하는 것은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다. 분청의 자연스러움, 백색의 단순함은, 내 작업 정체성에도 잘 부합한다."
- 보통의 강연에서 한 질문자가 '스탕달 신드롬'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환희와 격정의 순간을 이야기한 것이다. 실용과 아름다움을 넘어 확장된 것.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생명이 서서히 가라앉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죽음들을 견딜 수 없었고, 탑들을 빚었다. 이전에도 조형적 오브제로서 탑 작업을 해왔었지만, 이 탑은 이전 탑과는 다르다. 부제 공사일육. 탑은 기억, 기원으로 거기 존재한다.
- '공존'은 비엔날레의 중요 주제였다. 최종 지향처럼 제시되기도 했고. 당신에게 공존은 어떤 의미인가?"말하는 이가 있는데 듣는 이가 없다면? 만드는 이는 있는데 쓰는 이가 없다면?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공존이다. 사람은 함께 살고 의지하는 존재이다. 나는 보다 철저하고, 전인적 인간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에서의 최선일 것이다."
-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자연, 우아함, 강인함, 동행 등의 주제어를 담은 특별전이 열렸다. 그 주제어 안에 '불완전함'도 들어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인간다움의 한 증표이고, 이를 극복해 감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로 보였다. "도자작업은 불완전함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흙을 수비하고 빚고 말리고 굽고 하는 과정속에서 만드는 이 영역 밖의 일이 늘 따른다. 쓰임이 있는 공예로서 쓰는 이의 영역 또한 비워 두어야 한다. 각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 하지만, 쓰여지는 과정 속에서 공예는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