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현 마술사가 손으로 종이꽃가루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숙
"마술은 속이는 거예요. 눈속임이죠. 사람들은 기분 좋게 당하는 거잖아요. 보는 사람들이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마술사는 기분 좋게 속이면서 보람을 느껴요. 완벽하게 속였을 때 가장 희열을 느끼죠.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 '내가 사람을 기분 좋게 했구나. 서로 속이고 속는 건데 기분을 좋게 만드니 나도 기분이 좋다'라고 생각합니다."오씨는 시종일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강조했다. 그래서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신기해하기보다 공감해주길 바란다. 마술을 영화의 CG(컴퓨터그래픽)처럼 효과를 배가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는 오씨는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한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일까?
"대단한 게 아니라 소소한 것들이에요. 예를 들면, '부모님한테 자주 전화하자'라는 것이죠.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고 나서 한번 '이렇게 해볼 걸' 하는 생각을 하는 것들이요. 저는 콘서트를 할 때 직접 겪었던 것을 대본으로 써요. 작가한테 맡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마술을 몰라 어떤 기술을 넣어야할지 잘 모르니까 직접 합니다."2012년 극단을 창단하고 처음 한 공연이 '전우치'였다. 최동훈 감독이 만든 영화 '전우치'를 접목한 작품이다. 그러나 처음 기획했을 때보다 아이템이나 마술 기술들을 많이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 질주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을 발판으로 활동하고 싶다오씨는 13년째 활동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특히 좋은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도 설 무대가 없어 외롭기도 하다.
"저희 단체가 있는 연수구나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극단을 운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인천에서 활동하다 버티기 힘들어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배우가 많아요. 인천에는 배우들이 없으니 오히려 서울에서 활동하는 친구들한테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요. 작품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도 배우들이 계속 교체되니까 할 때마다 작품이 업그레이드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계속 새로운 작품이 되죠."연수구에서 운영하는 '금요수요무대'라는 문화행사가 있는데 오히려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단체한테는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씨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비싼 비용으로 섭외하는데, 우리 작품보다 부족한 것이 많다"며 섭섭한 마음도 표현했다.
오씨와 극단 '성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연수구와 인천에서 활동하는 게 힘들어 서울로 갈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향인 연수구에서 기반을 다져 전국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문화예술 분야에 책정된 예산이 공정하게 분배됐으면 하는 겁니다. 소수의 단체가 독식하고 있고 실력 있는 신생 극단들의 활로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차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오씨는 공연이 있는 날엔 저녁 공연 일정이어도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 전후에 대기실에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는 오씨는 오늘도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요즘 요리 프로가 대세니까 요리에 마술을 접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마술사보다 연기와 춤, 노래도 좀 되니까 인천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저는 더 멋진 마술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완벽하게 속였을 때 가장 희열, 보람 느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