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 텃밭, 한신에코팜꿈틀버스 탑승단이 방문한 한신에코팜에선 불암산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배추와 무, 당근 등이 가을 햇살 아래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정대희
아파트 옥상의 작은 텃밭을 처음 생각해낸 건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 고창록(66)씨다. 고씨가 입주자 대표를 시작할 당시, 아파트는 삭막했다. 주민으로 살 땐 몰랐던 '살벌한' 광경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 사는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고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파트 한 귀퉁이에 비닐하우스를 지어보고, '내년 봄엔 옥상에 주민들이 올라와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옥상에 농사를 지으면 농약이 바람에 날린다'는 걱정, '건물에 하중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고씨는 대학 시절 농업 관련 공부를 했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일반 흙보다 무게가 덜 나가면서도 보습성이 뛰어난 배양토를 개발하고, 유기농법을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을 받아, 옥상 텃밭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작할 땐 '싸움판' 같았지만, 텃밭 경작 4년 차인 지금은 전체 1200세대 중 40세대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경작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한신에코팜은 개인경작 구역과 공동경작 구역으로 나뉜다. 이중 공동경작 구역에서 생산된 수박과 참외는 마을 잔치를 열어 모든 주민이 함께 나눠 먹는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텃밭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도 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과의 괴리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위화감을 없애고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목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고씨는 옥상 텃밭을 "농업기술을 배우는 배움의 장이면서, 공동체적 생활이 무엇인가 체험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한신에코팜과 비슷한 시도를 하다 실패한 다른 아파트의 사례를 들며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공동체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고씨는 현재 노원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서울시 도시농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그간 경험한 농업과 공동체 발전의 가능성을 더 많은 곳에서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른 생각하면 공상 같지만, 제가 지금 실행해 나가고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