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모양으로 벌레먹은 잎한신에코팜은 2년간 토양을 연구해 옥상텃밭에 어울리는 흙을 만들어냈다. 이 흙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상자에는 자연순환농법으로 키운 유기농 작물이 자란다.
정대희
"올여름에도 이곳에서 10kg이 넘는 수박을 수확하고, 토마토와 블루베리도 따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지금은 배추와 무, 각종 쌈 종류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고창록 입주대표회장의 말이다. 고씨는 아파트 옥상에서 텃밭을 가꾼다. 그와 함께 40세대가 옥상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규모는 약 1121㎡(약 340평)이다.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파트 생활이란 게 너무 삭막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허구한 날 싸움이 벌이는 것도 다 '모르는 사이'여서 그런 거다. 공동체를 복원하려고 옥상 텃밭을 시작했다.""사람 냄새 나는 아파트를 만들자" 옥상 텃밭은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눠 먹고 함께 살기 위해' 탄생했다. 고씨도 한때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몰랐다. '먹고사니즘'에 바쁜 평범한 도시민이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입주자 대표가 됐고 '각박한 도시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옥상 텃밭을 떠올렸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서울시가 공동체 복원 지원사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한신에코팜'을 결성하고 그해 서울시에 '옥상 텃밭'에 필요한 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같은 해 아파트 1동 옥상 약 600㎡(약 182평)에 30세대의 옥상 텃밭이 만들어졌다. 텃밭용 상자 약 350개를 깔았다.
문제는 주민 반발이었다. 텃밭 상자의 무게로 건물 붕괴와 손상 위험이 제기됐다. 옥상 방수 코팅 손상으로 인한 피해 우려 등의 민원도 나왔다. 병충해 방제할 때 생기는 공해, 잦은 옥상 출입으로 인한 소란도 옥상 텃밭 조성의 발목을 잡았다.
고 회장은 우선 민원 해결에 공을 들였다. 주민들을 만나 옥상이 공동공간인 점을 알렸다.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고 빗물을 이용한 자연 순환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했다. 공동경작구역을 두어 아파트 모든 주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농법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년의 연구와 실험 끝에 일반 토양 무게의 50%로 낮춘 '옥상 텃밭용 토양'을 만들어 실용신안 등록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 1개 동 옥상에 만든 텃밭(약 600㎡ 규모)은 2개 동(1121㎡)으로 늘었고 참여 가구도 40세대로 많아졌다. 사업 첫해인 2012년보다 배추, 무 등의 수확도 이듬해부터 1.5배 증가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도 옥상 텃밭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잦아졌다. 노원구도 지난 4년간 2845만 원을 지원했다. 더는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동체가 복원되자 농사도 잘되기 시작했다. 함께 농사짓고 서로 쌓은 노하우를 교류하면서 옥상이 사랑방으로 바뀌었다. 공동경작구역서 기른 과일로 동네잔치를 열고 쌈 종류(잎채소류) 판매대금은 옥상 텃밭(관리)에 사용하고 있다."옥상 텃밭의 변신은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