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한주박마다 꽃게들이 크기별로 가득하다.
김민수
배고픈 보람은 있어서 꽃게찜을 해서 저마다 하나씩 놓고 뜯어먹는데 가히 꿀맛이다. 솔직하니, 살은 조금 덜 찬 듯하다. 그래도 게 한마리와 밥 한 그릇을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꽃게찜을 한껏 먹고 나서 간장게장을 담근다. 인터넷에 소개된 수많은 레시피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이제 냉장고에 냉동된 꽃게를 꺼내어 다리고 식힌 간장을 부으면 간장게장을 담그는 일은 끝이다. 오늘 밤에 꽃게엔 간이 배일 것이고, 그 순간 꽃게는 밥도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와 나는 밥도둑을 만드는 중이다.
간혹, 사는 게 아주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마냥 시끌벅쩍하고, 세상 소식을 들으면 골머리가 지끈거릴 때에는 그냥 다 내려두고 맛난 것 장봐서 맛나게 밥 한끼 해먹으면 행복도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강탈하는 나라는 나쁜 나라다.
그러고보니 오늘의 불쾌지수는 TV나 SNS를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본만큼 올라간 것 같다. 이런 날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맛나게 먹고 맛나게 자는 것도 나를 위해 좋은 날이겠다.
소래포구재래시장은 꽃게가 한창이다. 가을 꽃게는 소래포구재래시장에만 한창이 아니라, 전국각지의 어시장마다 한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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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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