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덕장에서 말린 아귀찜은 이빨 사이에 끼는 것조차 매력입니다.
임현철
사실, 이곳은 2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해 이곳 인근의 다른 식당에 들렀다가 밋밋한 맛에 실망했던 뒤끝이었습니다. 그래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맛을 보니 정직하고 투박한 맛 그대로였습니다. 씹히는 식감마저 변함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쫄깃한 요리의 흠인 이빨 사이에 끼는 것까지 즐거웠습니다. 헉, 지인이 먹다 말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귀찜은 맵게 먹어야 제맛인데, 중간으로 시켰구나."맛은 개인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도 매운맛을 선호합니다. 땀을 쭉쭉 빼고 먹어야 개운합니다. 허나, 매운 걸 피하는 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지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토록 갈망했던 쫀득한 건 아귀찜을 다시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정신없이 먹는데 제 입이 짧은 걸 아는 지인이 한 마디 던집디다.
"그렇게 맛있나?"말해 뭐해. 먹는 게 남는 거 아니겠어요. 맨입에 먹고. 상추와 다시마에 싸 먹고. 하얀 밥 위에 얹어 먹고. 허허~, 참. 먹느라 몰랐습니다.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었는데도 제 쪽 접시에만 아귀가 놓여 있지 뭡니까. 지인들의 배려였지요. 고마운 마음에 "형님들도 드쇼?"했더니, 그냥 씩 웃지 뭡니까.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니가 이렇게 잘 먹은 거 첨 본다. 많이 묵어라!"추억 속의, 기억 속의 맛은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맘 알아주는 지인들 덕분에 소원 풀었습니다. 더군다나 나이 육십에 손수 운전해, 사주기까지. 이걸 또 무엇으로 갚을까! 형님들에게 받은 사랑, 후배들에게 갚는 게 최선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