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꿈틀버스 3호가 찾은 철도관사 마을의 한 주택.
소중한
'과거·현재·미래' 공존하는 공간 마을은 진입로부터 뒷산까지의 얕은 오르막길을 따라, 낮은 지역의 8등 관사부터 높은 지역의 4등 관사까지 총 77동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마을 조성 당시엔 사철나무로 된 생울타리가 각 동 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독특하게 한 개 동에 두 개 관사가 붙어 있어(2세대 연립 형태) 당시 마을에는 총 152세대(이 중 독립관사 2세대, 75동×2세대+2동=152세대)가 살 수 있었다.
관사 별 필지는 7~8등 관사 100~120평, 5~6등 관사 150~170평, 4등 관사 600평으로 계획됐다. 철도국순천사무소장의 관사였던 4등 관사 자리는 현재 아파트 한 개 동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당시 조선의 경우 2등 관사는 없었고, 3등 관사가 서울과 평양에만 있었다. 마을에는 관사 이외에도 운동장, 병원, 구락부(클럽의 일본어 발음), 목욕탕, 수영장 등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마을은 당시 계획한 격자 형태를 유지한 채, 일제강점기 혹은 광복 후 철도 관련 직업에 종사한 이들 상당수가 그대로 살고 있다. 물론 변한 점도 많다. 철도관사가 개인에게 매각되면서 2세대 연립 형식 주택에 변화가 생겼고, 이른바 철도 가족이 아닌 주민도 많이 유입됐다. 생울타리 역시 대부분 사라져 시멘트 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4등 관사는 철거돼 아파트로, 철도병원은 어린이집으로, 구락부는 철도아파트로 바뀌었다.
순천 철도관사 마을은 현재 '철도 문화마을'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변신이 아래로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조곡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철도관사 마을에 주목해 직접 사료를 뒤지고, 주민들을 만나며 마을의 역사를 공부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노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2013년 순천시는 철도 관사마을을 특화하기 위한 '철도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계획해, 주민자치위원회와 워크숍, 철도벽화·골목공원 조성을 위한 마을디자인 학교, 철도 우체통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