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발견 위치
공갈만
순천경찰서는 남편 백경환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남편 백경환씨는 경찰서에서 사건 당일부터 계속 조사받았다. 유가족과 친척은 장례 절차를 마치고 조사가 시작됐다. 한 친척은 "조사를 받아보니 이미 백씨의 보험·금융·통신 내용은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를 만드는 공장은 순천 시내에 있었다. 생술이라서 그날 만들어 바로 소비해야 하므로 순천지역에서만 판매됐다. 형사들은 그 막걸리가 순천에서 황전마을로 오려면 자가용·택시·버스 중 하나를 통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루 열 번 운행하는 33번 버스에는 CCTV 4대가 부착돼 있었다. 따라서 승객이 버스를 탄 곳과 내린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사들은 백경환씨에게 수사 협조를 부탁했다. 형사가 백경환씨를 3일 동안 데리고 그 막걸리를 파는 슈퍼·식당 근처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형사는 주인에게 '백씨에게 막걸리를 판매한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당시 백씨는 3일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경찰은 백씨가 '배가 고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식사 때면 밥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고 한다.
막걸리 생산 일자는 7월 2일이었다. 범인이 막걸리를 샀다면 분명 7월 2일 이후였다. 순천과 황전 사이에 있는 도로 CCTV를 최대한 뒤졌다. 또 7월 2일부터 행적도 모두 조사했다. 백경환씨 일터 작업일지를 모두 제출받았다.
그와 관련된 모든 게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백씨 집과 동생 식당도 압수 수색을 했다. 형사들은 사건 전날 백씨 가족이 외식을 한 식당을 찾아 직원에게 당시 분위기를 물었다. 당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백씨 아들은 아버지가 걱정돼 일을 접고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아버지가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면 동행했다. 경찰은 백씨에게 여자관계를 묻기도 했고, 오이 농사에서 병균을 죽일 때 무엇을 쓰는지도 물었다. 백씨는 오이 농사에 석회질소를 쓴다고 답했다.
백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조사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평소 무척 말이 없던 백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형사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백씨에게 자백을 받지 못했다. 자백을 받아낼 명확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반경을 점점 넓히며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마을 사람 알리바이와 동선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7년 동안 치매로 누워 있던 할아버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경찰은 남편 백경환씨만 의심한 게 아니었다. 막내딸 백희정씨 역시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형사는 백희정씨 언니 진술에서 감이 왔다고 했다. 언니의 진술 내용은 뭐였을까.
"제가 집에 오면 엄마와 희정이가 여러 번 다퉜거든요. 서로 악을 쓰면서 싸웁니다. 그러면 옆에서 제가 희정이를 혼냅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에 제가 희정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가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가셨다'고 '○○병원으로 민수 데리고 가보라'고 하니까, 희정이가 자고 일어난 목소리로 '알았다'고 했고 제가 조금 후에 전화를 하니까,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2009.7.23. 2회 진술조서)엄마 사망 소식에 놀라지 않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