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신부는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상윤
"여러분이 협상을 통해 보상금을 얼마 더 받고 못 받고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면 끝까지 그 자리에 함께하겠습니다."김준한 신부가 이렇게 말하며 반대운동에 합류하게 된 것은 주민들의 절박함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환경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송전탑 문제도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로 봤지, 환경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당장 사람이 굶어 죽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우선시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김 신부는 어르신들의 환경 감수성이 자신을 의식화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2011년 밀양시 화천군 사내면을 시작으로 김 신부는 현장에서 마찰이 있을 때마다 어르신들과 동행했다. 농성현장에서 주민들을 위해 거리 미사를 집전했고, 외부활동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농민들에게 땅은 '팔고 떠날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다"이곳 어르신들이 가진 땅에 대한 감수성은 도시의 그것과 다릅니다. 팔고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부동산'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죠. 땅과 그 땅 위에 사는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밀양으로 이어지는 송전선은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에서 출발해 창녕, 양산, 부산, 울산 등을 통과한다. 또 송전탑은 이미 오래전부터 곳곳에 세워져 왔다. 그런데 유독 밀양에서만 반발이 거셌던 까닭은 무엇일까. 김 신부는 그 이유를 환경·생태에 대한 감수성과 땅에 대한 애착으로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 시설을 지어주는 조건에 흔쾌히 땅을 내어준 신도시 30~40대 거주민과 밀양 할매 할배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 어르신들의 간절함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꺼풀(옷)까지 다 풀고 나옵니다. 옷을 벗는다는 것이 할매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수치심은 나이에 상관없이 같습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신의 마지막을 드러낸 것입니다. '쇼'가 아니라 더는 물러설 데 없는 간절함이죠."지난해 6월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밀양 할매들은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땅굴을 파서 사슬을 목에 감고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그들의 목에 절단기를 들이대고 사슬을 잘랐다. 잡혀가지 않기 위해 옷을 벗고 있는 할머니들을 담요에 둘둘 말아 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수녀 등 21명이 다쳤다.
선거마다 '1번' 찍었지만 주민의견은 '1센티'도 반영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