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민 회장이 막 벌어지기 시작한 밤송이 가지를 꺽어 보이며 “너무 고되다”고 말하면서도 금새 흐뭇한 표정이 된다.
<무한정보신문> 이재형
우리 속담에 온갖 고생을 다 해봤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밤송이 우엉송이 다 끼어 보았다'는 말이 있다. 이제 힘들어서 더 이상 밤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는 최 회장의 인생역정이 그렇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대전에서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산업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다 IMF때 부도를 맞았고, 그로 인해 온갖 모진 고생을 다 했다고 한다. 부도난 사업체를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해 정리한 뒤 우연한 기회에 예산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봄, 예산과 청양 동쪽 임야를 휩쓸어 버린 대형산불 뒤, 한 지인이 밤나무 재배에 관심이 있던 최 회장에게 잿더미가 된 지금의 산을 소개한 것. 그리고 2005년부터 밤나무에 제2의 인생을 걸고 민둥산에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산 속에 컨테이너 하나 들여놓고 혼자서 밥 끓여 먹으며 묘목 1만주를 심었어요. 나무마다 일일이 수성페인트 칠하고 모빌유(병충해 방제) 바르고, 어떤 날은 경사지에서 굴러 기름통을 뒤집어 쓰기도 하며 참으로 말 못할 고생을 했지요." 그렇게 정성껏 키운 밤나무 7000여주가 성목으로 자라 매년 실한 결실을 내어주고 있지만 최 회장은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밤값이 싼 것도 기운을 빼지만 더 힘든 것은 일손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