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때 일본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최경숙
내가 관찰한 지원이의 또 다른 재능은 사람을 끄는 것이다. 아이가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 함께 외출한 아이는 한사코 엄마의 품을 벗어나 스스로의 발로 걷고 싶어 했다. 나는 아이를 땅에 내려줬다.
아이가 처음으로 집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제 발로 걷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위태위태한 걸음을 디디면서도 땅이 아니라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이 걷고 있다는 이 중차대한 일에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이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은 대개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줄기찬 시선을 외면하지 못하고 하다못해 손이라도 흔들어주고 가곤 했다. 어릴 때부터 지원이는 사람의 주목과 관심 받는 것을 즐겼고 이런 성향의 결과로 자연스레 사람을 끌었다. 어느 캠프에 가든지 지원이가 속한 조는 우승을 자주 했고 상품을 휩쓸었다. 교회에서 청소년부 찬양을 인도하던 지원이가 이사를 이유로 빠지자 출석하던 아이들이 줄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재능 덕에 지원이는 세 번의 전학으로 시골과 중소도시와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친구를 사귀고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새 학교에 와서도 이전 학교에서 사귀던 친구들을 알뜰히도 챙기며 인간관계를 확장해갔다.
이러한 사람 끄는 재능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발휘돼 중2 때는 블로거 활동으로 4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숱한 재능이 있다. 사람들을 웃기는 재능, 주변을 활기차게 만드는 재능,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재능 등등 끝이 없다.
재능의 '한 방향'만 요구하고 있진 않나요?물론 아이가 내게 특별하고 놀라운 존재임은 틀림없지만 남달리 우월한 재능을 타고났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재능이 없다고, 모른다고 말하면 의아하다.
왜일까? 내가 보기에 아이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재능의 열두 방향'이 아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는 '재능의 한 방향'만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공부 잘하는 재능이다. 그 외의 다른 재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거나 심드렁하다. 나는 정반대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가진 눈부신 재능에 비하면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는 정말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오늘도 지원이는 19살 나이에 진학 대신 선택한 일터인 광고디자인 회사로 씩씩하게 출근한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도, 젊고 활기 넘치는 동료들도 좋단다. 과제나 공모전을 위한 것이 아닌, 진짜 일을 하는 것도 신이 난다.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디를 가든 주변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아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 그렇게 지원이가 지닌 '재능의 열두 방향'은 지원이의 삶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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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 전재산 기부, 이것도 '재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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