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뵐퍼호른 정상에서 보는 다크슈타인 알프스 연봉
이상기
장트 길겐의 난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난 우리는 츠뵐퍼호른행 케이블카 역으로 향한다. 역에는 1520m 산에 올라 다크슈타인(2995m) 알프스 연봉을 살펴볼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7개 호수가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강원도 속초에서 온 주(朱) 선생 부부와 함께 케이블카를 탄다. 장트 길겐역(568m)에서 산 정상역(1476m)까지는 2,740m로, 오르는데 17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해발 고도는 908m 정도 높아지는 것이다.
산으로 오르면서 우리는 장트 길겐 마을과 볼프강 호수 건너 알프스산 쪽을 먼저 살펴본다. 마을은 평안하고, 산은 웅장해 보인다. 위로 오를수록 마을과 호수가 점점 작아 보인다. 그리고 산록에는 풀을 뜯는 소들도 보인다. 위로 올라가면서 침엽수림이 보이고, 우리가 앞으로 가게 될 몬트 호수도 보인다. 산을 따라 길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그 길을 걸어 오르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츠뵐퍼호른 케이블카 역에서 내린 우리는 산 정상까지 걸어 올라간다. 해발이 높아져서인지 이곳에는 나무가 별로 없고 초지가 발달해 있다. 길 주변에 핀 여름꽃이 정말 청초하고 아름답다. 산수국, 산도라지, 클로버 정도는 꽃 이름을 알겠는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산에 오를 때는 생태전문가를 대동하든지, 그게 불가능하니 야생화 책이라도 들고 다녀야겠다.
산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의 조망이 정말 좋다. 동쪽으로 볼프강 호수가 길게 펼쳐져 있다. 북쪽으로는 볼프강 호숫가 장트 길겐과 그 너머 몬트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다크슈타인 연봉이 동서로 이어진다. 날씨만 좋다면 그 파노라마가 더 선명할 텐데 좀 아쉽다. 서쪽으로는 산 정상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잘 발달해 있다. 츠뵐퍼호른을 찾는 사람들은 여름에는 트레킹을,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왔으니, 자연을 즐기는 것이 된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아내와 나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내려온다. 올라올 때는 우리 팀 모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조금 기다렸는데, 내려갈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바로 차를 탄다. 내려오면서는 올라가면서 보지 못한 것을 찾아보려고 애를 쓴다. 장트 길겐에 가까워지자, 호수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이 보인다. 그리고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볼프강 호숫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물도 즐기고 산도 즐길 수 있다. 어진 자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 물을 좋아한다(仁者樂山知者樂水)고 했으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지혜롭고 어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이제 장트 길겐의 이곳저곳을 더 살펴본다. 그리고 선착장 주변에 있는 꽃 정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이라 꽃들이 크고 아름답다.
몬트호수를 지나 멜크 수도원으로우리는 이제 다음 행선지인 멜크(Melk) 수도원으로 향한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볼프강호수와 몬트 호수 사이에 놓인 고개를 넘어야 한다. 2차선의 산악길로 경치가 좋은 편이다. 이 길은 샤플링(Scharfling)에서 몬트 호수를 만난다. 몬트 호수는 앞서 본 아터 호수, 할슈타트 호수, 볼프강 호수에 비해 관광자원이 떨어진다. 호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몬트세 마을에 있는 성과 수도원 정도가 볼만하다.
그리고 몬트 호수는 행정구역상 잘츠부르크주가 아닌 상부 오스트리아 주에 속한다. 상부 오스트리아주의 주도(州都)는 린츠(Linz)다. 이제 우리는 몬트제 마을을 지나 몬트제 나들목에서 E60 고속도로로 들어갈 것이다. 이 고속도로는 린츠를 지나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중간에 멜크 수도원엘 들러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베네딕트 수도원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