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 전문 해설가로 유명한 강동길씨의 거침없는 입담은 소싸움의 재미를 더해준다.
김종신
뿔과 뿔이 얽힌 황소 두 마리가 힘을 겨루는 모양새는 서양의 투우(鬪牛)처럼 살벌하지도 격렬하지도 않다. 짧은 앞다리에 힘을 불끈 주고 뒷다리로 팽팽하게 버티던 두 마리 중 한 놈이 머리를 빼서는 바로 상대 소 이마를 들이박았다. 마른 장작이 갈라지듯 "쩌어억" 소리에 지켜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두 마리의 소가 이마를 부딪쳤다. 그러고 잠시 뒤 한 마리가 맞닿은 이마를 빼고는 줄행랑을 쳤다.
이긴 소는 우두커니 주인 곁에 서 있다. 승리의 기쁨 탓일까, 오히려 주인이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소싸움의 판정은 간단하다. 권투처럼 1, 2라운드도 없고 축구처럼 전반전과 후반전도 없다. 한쪽이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투지를 잃고 도망가면 끝난다.
수십 분 또는 몇 분의 짧은 시간에 도망가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소싸움의 유래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삼국시대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 기념잔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동북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왜국이 이곳의 소를 많이 잡아먹어 소들을 위령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설, 고려 말엽부터 소먹이는 초동들이 산에서 풀을 먹이면서 소끼리 싸움을 붙여왔다는 자연발생설도 전한다. 수소가 암소를 차지하기 위해 위세를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소싸움에 사람들이 개입해 현재에 이른다는 다양한 유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