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과 중증장애인 생활복지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
김종신
푸른색 하늘 캔버스에 하얀 구름으로 드문드문 칠을 한 9월의 마지막 날, 그저 걷고 싶었다. 한센인과 중증장애인 생활복지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 내를 걸었다. 지리산 웅석봉에 봉화를 피어놓은 듯 솟아있는 구름이 풍현교에서 먼저 반긴다.
떨어져 있는 세상은 그저 섬일 뿐이다. 다리를 건너 온전히 나만의 섬처럼 성심원으로 들어갔다. 진주 남강으로 내달리는 경호강의 맑은 물소리를 뒤로하고 온갖 잡생각을 떨쳐버리며 신록으로 향하는 길, 쉬엄쉬엄 걷는다. 오늘은 지리산 둘레길 수철-어천구간이 아닌 성심원 내 숨겨진 평안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