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벌목했던 남선공원. 서구청은 대규모 벌목으로 백로를 쫓아냈다.
이경호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살아가는 주민들의 고통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나무를 베는 방식은 대전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벌써 4번째 벌목이다.
남동쪽 사면을 선호하는 백로의 서식특성상 남동쪽에 위치한 나무들이 모두 벌목되어야 벌목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벌목이 백로서식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4번의 벌목으로 이미 입증되었다. 서쪽과 북쪽 사면에도 번식한 사례가 여러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대전의 숲이 남아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벌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 기사 :
고고했던 백로, 이제 어디로 갈지)
이번에 벌목을 강행할 경우 백로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분산하여 번식하도록 관리하고 적당한 지역에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 타겟지점을 명확하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면 내년에 백로들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적정한 유도나 유인 관리를 위해 번식지를 찾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남선공원 백로 사태이후 올 초 백로 서식지를 모니터링 진행했었다. 하지만, 내동의 백로 서식지를 찾아내 방어하지 못했다. 때문에 내년 번식 예상지점을 확인할 수 없어 이를 분산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
생태도시 대전, 백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용어 설명 |
* 정착방해 : 백로들 서식처에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맹금류 설치, 허수아비 등등) * 정착유도 : 백로들을 주민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행위. (소리를 틀거나, 모형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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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를 놓쳐 내년에 다시 주택단지 인근에 대규모로 번식하여 자리잡게 되면 주민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현재 진행중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이은재 박사는 정착을 방해하는 유도장치를 설치하고 특정지역에 번식을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 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벌목하지 않고도 주민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도해 볼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조류는 귀소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내년에 내동으로 다시 찾아오면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벌목으로 백로가 내년에 다른 곳으로 떠난다면 타겟지점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도 시행이 불가능하다.
정착방해-정착유도 등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