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먹은 물통
정수지
자이푸르에 하루 더 남게 된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며 델핀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마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던 아침의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같았다.
왕복으로 저렴하게 태워주겠다는 릭샤 기사의 유혹을 뿌리치고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진 속 식당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메뉴를 펼쳐보자 우리가 원했던 레스토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릭샤 기사가 왜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셋이서 말없이 눈을 마주치며 얼른 빠져나왔다.
물론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시 물어물어 찾아간 레스토랑. 음식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우리는 같은 메뉴를 두 번이나 주문하며 배불리 먹었다. 점심을 먹고서 안토니는 낮잠을 한숨 더 자야겠다며 자신이 원하는 일정을 말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각자 휴식을 취했다. 정말 단순하게도 잠을 자고 배를 채우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사람이란 동물은 참 신기하다. 아침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 먹고 쉬었다는 이유로 여유가 가득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