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한울림어린이
생각 없이 보아 넘긴 풍경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었어요. 나뭇잎을 잘라 돌돌 말거나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나무줄기 속에나 땅속에 굴을 파거나, 저마다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갖가지 슬기를 짜내어 살아가요. (25쪽)곤도 구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찾았다! 곤충의 집>(한울림어린이, 2008)을 읽으며 흙과 풀과 시골과 땅을 함께 헤아려 봅니다. 곤도 구미코 님 그림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생태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네 권이 한국말로 나왔습니다. <톡! 씨앗이 터졌다>, <와글와글 떠들썩한 생태일기>, <꼬물꼬물 곤충이 자란다>와 함께 <찾았다! 곤충의 집>은 네 권으로 네 철 이야기를 골고루 들려줍니다.
이 가운데 <찾았다! 곤충의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로 '이야기 말(설명 글)'이 붙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한 땅거죽이나 물위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다음 쪽에서는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없을' 만한 땅속이나 물속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주 조그마한 풀벌레와 날벌레와 물벌레가 저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삶을 짓는가 하는 이야기를 꼬물꼬물 조그맣고 앙증맞으며 재미난 그림으로 보여주어요.
처음에는 '응? 무슨 그림일까?' 하고 궁금하도록 이끌고, 한쪽을 넘기면 앞쪽하고 바탕은 같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수많은 벌레가 저마다 얼크러지고 어우러지는 얼거리'를 한자리에 그러모아서 보여주지요.
그런데, 그림책 <찾았다! 곤충의 집>을 보면, 온갖 벌레가 서로 잡아먹거나 잡아먹히는 모습이 곳곳에 나옵니다. 어느 벌레는 잡아먹히면서 눈물을 흘리고, 어느 벌레는 잡아먹으면서 빙긋 웃습니다. 그럴밖에 없어요. 참말 풀밭 먹이사슬에서는 목숨앗이가 뚜렷하게 갈려서 서로 먹이가 되고 삶이 되며 삶터를 이룹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꾸밈없이 들여다봅니다.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으로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이 벌레는 이러한 삶이로구나 하고 깨닫고, 저 벌레는 저러한 삶이네 하면서 깨닫습니다. 수많은 벌레가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이루는 새로운 삶을 마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