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선 열탄불고기가 인기라더군요.
임현철
어째야 할까? 아내 의견이 맞습니다. 하지만 험난한 세상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화초처럼 키우는 것보다 잡초처럼 자라는 게 낫다는 주의로 경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중 살면서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해봐야 삶의 쓴맛, 단맛을 맛볼 수 있다 여겼습니다. 흔쾌히 그랬지요.
"하고픔 해라!"한 마디로 정리되었습니다. 지난 8월 말, 뒤늦게 자리를 구한 딸의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말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며, 임금은 시간 당 6천원. 손님 있을 때와 없을 때 근무시간이 유동적인 형태였습니다. 88만 원 세대의 고달픈 삶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애교를 피우며 다가왔습니다.
"아빠. 나 수요일에 빨리 끝나는데, 시간 나?""우리 딸이 시간 내라면 없어도 일부러라도 내야지. 왜?""나 알바 집 서빙 하느라 고기 맛을 아직 못 봤어. 어떤 맛인지 먹고 싶어.""그랬구나. 아빠랑 삼겹살 데이트 하자."2주 전, 딸과의 고기 데이트는 다른 때와 달랐습니다. 앉아서 서빙 받는 게 적응 안 돼 어색하다대요. 주방 이모 등에게 인사도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 또한 안절부절입니다. 딸에게 "오늘은 알바생이 아니고 손님이니 어색해 말라"며 당당함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주방 이모 등 식구들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오길 당부했습니다. 그 후부터 편하게 앉더군요.
"서빙 하는 날 앉아서 고기 사 먹을 수 없잖아."- 딸, 알바는 할만 해?"엉. 계속 서서 일하느라 다리가 아파. 저번에 끝날 시간이 다 됐는데, 단체 손님이 와서 3시에 끝났어. 그런 게 짜증 나."
- 힘들었겠구나. 서빙은 몇 명이 해?"세 명. 한 명은 대학생 언니고, 한 명은 나랑 동갑이야."
- 동갑? 네 친구들도 알바 많이들 하나 봐?"엉, 많아. 일하기 편한 편의점이 제일 많고, 다음이 음식점이야."
- 알바는 어떻게 구했어?"친구한테 소개받았어."
- 일은 잘해?"대학생 언니랑 같이 서빙하면 편해. 언니가 일을 잘하거든. 그 언니가 나보고 서빙 잘한데."
- 알바는 언제까지 할 거야?"9월 한 달만 할래. 앞으로 미술 학원 다니면서 공부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
- 알바 한 달만 한다고 말했어?"아직. 오늘 가서 말하려고. 알바생 빨리 구해야 하잖아. 고기 먹기 전에 말할까, 다 먹고 나서 말할까? 그게 제일 고민이야."
- 나올 때 말하는 게 좋겠는데. 어쩌다 고기 맛을 아직 못 봤을까?"돈 받고 파는 걸 그냥 공짜로 주겠어. 그렇다고 서빙 하는 날 앉아서 고기 사 먹을 수 없잖아. 그래서 아빠랑 고기 먹자 한 거야."
"전혀 모르는 사람 이름으로 십만 원이 입금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