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졌으면 물론 굉장히 낙담했겠지만, 3개 사안에 대해 다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MBC예능국 권성민 PD.
권우성
25일 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권성민 PD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이야기의 화제는 어제 발표한 MBC 측의 입장문. 조능희 MBC 노조위원장은 "선택한 단어들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방송사 이름을 걸고 나오는 글이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고도 했다. 김혜성 노조 홍보국장은 "10분 만에 그 글이 나온 걸로 안다"며 "어떻게 보면 질 걸 뻔히 알았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싸움을 왜 계속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사자인 권성민 PD는 회사의 항소를 예상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라고 답했다. 회사 입장 글은 보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질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해고 당시 회사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글로 커다란 '벽'을 느낀 듯 했다. 그는 "재판에서 졌으면 물론 굉장히 낙담했겠지만, 3개 사안에 대해 다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당 전보를 회사 경영권으로 인정하면, 해고 무효가 나와도 회사에서 원래 있었던 경인 지사로 가라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노동자로서 회사에 복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능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할 수 있는 부분까지 존중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운 판결이었어요." 옆에 있던 김혜성 홍보국장 역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등 지금 비슷하게 진행 중인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부당 전보라는 판결은 다른 조합원에게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료나 선배들 반응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권 PD는 "예능 PD 선배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서 편집 지옥으로 돌아 오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지옥 같은'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자연스레 '복기'도 시작됐다.
해사 행위? "자학 개그 예민하게 받아들여"
- '오늘의 유머'에 글을 올리거나 웹툰을 올린 이유, 다시 한 번 말해달라."글을 올린 건 사실, 안타까워서였다.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데, 바깥에서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변했구나'는 식으로 보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이 컸다. 왜 이런 뉴스가, 왜 이런 방송이 나가는지,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란 표현을 쓴 것도 그래서였다.
웹툰은 '오늘의 유머'에 올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예능국에 웃기는 사람이나 에피소드도 많고 그래서 만화로 그리면 재밌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선배들 캐리커처를 자주 그렸었다. 수원까지 출퇴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예능국을 떠나 나 스스로를 나름대로 되새길 겸 올린 것이었다. 선배들에게는 일종의 '잘 살고 있다'란 신호를 보내는 의미도 있었다."
- 회사에서 해사 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는가."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보일 거 같은 내용은 최대한, 일부러 그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자조는 있었다. 유배라는 말은 사실 공공연하게 쓰이는 표현 아닌가. '예능국은 정말 빡센데, 지금 정시 퇴근하고 있다', 이런 건 사실 자학 개그 같은 것이었는데,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더라.
사실 정직 기간, 6개월 동안은 조용히 있었다. 선배님들이 징계가 끝나면 예능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해서 더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정직 끝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무 얘기가 없다가... 그 날 6시였나? 갑자기 수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예능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기보다는, 조심스럽게라도 여기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예능국 너무 그립지만..."지금은 당장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