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현씨와 모노레일 해안가로 사람과 짐을 실로 가고 있는 장면
이재언
추포도에 살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당시 수십 년 전부터 야간에 출몰하는 해적선들이 추포도 주위에서 삼중망 그물로 고기씨를 말리는 바람에 고무총을 만들어 그 배에 대항했다고 한다. 애지중지해 키운 값비싼 염소를 잃어 버린 적도 있다고. 한 번은 20여 마리를 훔쳐갔다고도 했다. 그는 염소와 바다를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운 시절이 엊그제 같다고 웃었다.
이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승현씨가 모든 것을 물려 받았다. 승현씨는 낚시꾼들이 와서 낚시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민박과 더불어 식사 및 냉장고를 제공하고 있다. 사시사철 황금 어장터로 유명한 추포도에는 1년에 2천 명이 넘는 낚시꾼들이 모인다.
이들을 위해 집 주위에는 6개의 파란 물통이 놓여 있다. 정씨 가정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2천 명이 넘는 낚시꾼을 위한 식수 겸 생활 용수란다. 아직 선착장이 없고, 전기 시설이 없음데도 추자도가 지금까지 유인도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전국 최고의 낚시 섬이기 때문이다. 정씨 가족의 남다른 추포도 사랑 덕분이었다. 추포도에는 고급 어종인 도미와 삼치 등 씨알 굵은 고기들이 잘 잡혀 뱃길이 멀고 사나워도 낚시꾼들이 몰려 온다.
승현씨는 1톤짜리 보트와 도보로 추포도를 매일 순찰하면서 섬을 지킨다. 대를 이어 수십 년 동안 불법 어선과 싸우면서 자망이나 삼중만 그물 그리고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 것을 막아왔기 때문에 오늘 날 황금어장터를 이룬 것이다.
그는 낚시꾼들이 포인트를 향해 가는 길도 농약을 살포할 수 있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풀을 직접 낫으로 깎을 정도로 섬과 낚시꾼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섬에서 살면 낙후되고 험악한 섬이라고 하여 총각이 결혼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며 불가능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추자도 청년 대부분도 결혼을 하지 못해 외국 신부를 맞는다.
승현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어머니의 물질을 돕고 섬을 관리하기 위해 이 섬에 들어와 산 지 11년이 되었다. 이렇게 착실한 청년이 마음에 들었던지 30년 단골 낚시꾼이 중매를 서서 지난봄 영광에 살던 예쁜 색시와 결혼해 이곳에 들어와 신혼 살림을 차렸다. 승현씨도 중매를 선 이도 대단하지만 승현씨 아내는 참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문화 시설의 단절 등으로 답답한 이곳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은 큰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디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물질하는 바다로 필자를 안내한 승현씨는 자신의 보트에 나를 태운 후 물질하는 동생과 어머니의 태왁에 가득 채워진 소라와 전복을 보트로 옮겨 싣고 추포도를 한 바퀴 돌았다. 공을 차면 바다에 빠지고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이 섬은 천혜의 낚시터로 안성맞춤이었다. 다시 마을 입구에 배를 대고 저울에 무게를 달아 방금 잡아온 소라와 전복을 바다로 내려 보관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물질은 오후 1시 반경에 마무리됐다.
추포도는 발전기를 돌려 밤에 불을 밝히고 있지만 24시간 발전기를 돌리지는 못한다. 잦은 고장과 연료비 때문에 온통 신경을 이 발전기에 써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승현씨가 말했다. 주력 발전기 외에 예비로 두 개나 더 준비되어 있다.
가장 힘든 사항은 종종 집을 비우고 제주도나 육지로 외출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발전기를 끄고 냉장실과 냉동실에 있는 모든 음식을 꺼내 모노레일에 싣고 조그만 보트에 옮긴 다음 추자면 사무소에 근처에 얻어 놓은 집 냉장고 2개에 넣고 나간단다. 돌아오면서 다시 음식물을 보트에 싣고 추포도로 들어와 발전기를 돌린 뒤 냉장고에 보관한다. 극소수 인구가 사는 신안군이나 완도나 진도의 섬들은 100% 태양열 전지판을 놓아 전기를 불편 없이 쓰는데 제주도의 섬 정책은 많이 뒤떨어진 모습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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