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라고 적힌 벽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중한
- 지난 4~5일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아래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국제회의 전후의 변화, 혹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은."국제회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던질 수 있었다. 현재 전주시는 국제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정책화,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의아해 하는 분들도 많다. '지향점, 가치를 던질 순 있지만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국제회의에서 개·폐막 강연을 했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국제생태문화협회 대표와 전주를 떠나며 두 시간 정도 대화를 했는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말하더라.
전주시는 지역순환경제보다 더 강한 의미로 전주독립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식량 자급도시가 돼 보자는 것이다. 이는 호지 대표가 말한 '지역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엥겔지수를 갖고 전주시민의 먹거리 비용을 계산해보니 농축산 합쳐 1조 원에 달하더라. 하지만 이 중 전주에서 생산하는 것은 1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5000억 원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이게 전주 경제를 움직이는 축이 돼야 하고, 지역 경제의 틀이 되는 것을 넘어 시민의 먹거리 주권을 찾는 기재가 되는 것이다."
- 전주종합경기장에 들어오기로 한 롯데쇼핑몰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롯데쇼핑몰을 전주종합경기장에 들일 수 없는 이유를 말해달라."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투자 유치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쇼핑몰이 없는 곳이 없다. 쇼핑몰 때문에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이 전부 복제되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쇼핑몰이 있고,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에 맥도날드가 있고, 그 옆에 휴대폰 가게가 있는….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똑같아지니 그 안의 사람들의 삶 역시 다 똑같아지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한여름 주말 오후,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쇼핑몰에 들어가 있지 않나. 이는 시민 대부분이 먹는 것, 보는 것, 사는 것 등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대한민국 시민의 삶이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쇼핑몰(을 막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한 쇼핑몰이 들어오면 주변 소상공인의 상권이 거의 초토화된다. 전주 뿐만 아니라 어디든 그렇다. 롯데에선 일자리가 늘고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일자리 2000개(비정규직 포함)가 생기는 만큼 쇼핑몰 밖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또 그곳에 입점해 들어가면, (쇼핑몰에 내는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의 마진율도 떨어지고, 공간도 롯데가 옮기라면 옮겨야 하는 등 노예처럼 생활하게 된다.
더해 대한민국 혹은 전주라는 정체성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야지 쇼핑몰로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건 바보짓이다. 다양한 특성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같아지는 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전주의 경우, 인구는 안 늘어나는데 도시가 팽창하면서 구도심이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방식으로 구도심을 아파트가 잠식하고 있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구도심은 원석 역할을 할 것이다. 남루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소중한 공간이다. 아파트 가득한 신도시를 보려고 전주를 찾는 사람은 없다."
"시의회 '철회안 통과... 롯데, 예상 못했을 것"- 2012년 롯데쇼핑몰 입점안을 통과시킨 전주시의회가 이번엔 입점 철회안을 통과시켰다. 어떤 과정을 겪었다."설득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10년 전부터 진행된 사업인 데다, 의회 입장에선 입장을 번복하고 자기부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해당 지역에선 이미 투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그 지역 의원들은 특히 저항이 심했다.
철회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힘든 점이 많다. 처음 시장이 되고 간부회의를 열어 롯데쇼핑몰 철회를 이야기했을 때, 단 한 명도 동의해주지 않았다. 지금도 이와 관련해 공직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쇼핑몰을 통한) 낙수효과를 이야기하고, 내가 구상하는 것을 구상유취(입에서 젖내가 난다, 즉 말과 행동이 유치하다는 의미 -기자말)와 같은 발상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생각을 깨는 게 목표다. 어쨌든 롯데쇼핑몰 건은 '경제를 선택할 것이냐, 새로운 미래가치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다.
- 롯데의 반응은 어떤가."롯데에선 '설마 시의회에서 (철회안을) 통과시킬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 전북의 유일한 백화점은 전주에 있는 롯데백화점이다. 아직 경쟁자인 신세계, 현대가 전북에 발을 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는 롯데쇼핑몰을 전주 상권 뿐만 아니라 전북 전체의 상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