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23일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2007년 대선 패배후 당을 이끌었던 전직 대표들에게는 열세지역 출마를, 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주문했다.
남소연
- 만약 문 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철회하면 부산 어느 지역으로 나가야 할까."혁신위 내부에서 특별히 논의하진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산 영도)와 붙어도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진지한 제안은 아니었다. 현재 지역구(부산 사상구)로 출마해도 괜찮지만, 그곳은 이미 다른 사람이 나오려고 하지 않나(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이 사상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기자 주). 부산 어디로 출마하든 내년에는 당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 전직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배경은 무엇인가."지금 우리 당의 문제는 불신과 이기심이다. 상대를 믿지 않고 어떻게든지 내 이익만 지키려 하니 당의 여러 일들이 잘 풀리지 않는다. 불신의 문제는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단 이기심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간단하다. 이기심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정치인의 가장 큰 희생은 낙선을 각오하는 것이다. 떨어질 걸 각오하고 열세 지역에 몸을 던져줘야 이기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당 지도부 출신 의원들에게 먼저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 권한을 행사하면서 당을 이끌어온 사람들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지역구민과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 본인들이 당선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지 않나. 현재 새정치연합에 가장 시급한 건 신뢰 회복이다. 국민들은 이 당의 정치인들이 자기를 위해서만 일한다고 보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저 집단은 국가와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구나'라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 앞서 최인호 혁신위원은 전직 대표인 이해찬 의원에게 정면으로 불출마를 요구했다. 혁신위가 한 발 물러난 것인가."어려운 지역에 출마하라는 얘기는 불출마보다 더 심한 희생이다. 가서 떨어지라는 뜻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폼 잡고' 출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지, 험지에 나가는 건 정치인에게 굉장히 힘든 선택일 수밖에 없다."
- 다선 중진들의 용퇴와 '486 운동권' 의원들의 물갈이 등이 빠져서 인적쇄신 파급력이 약해졌다는 시각도 있다."살신성인 요구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혁신위는, 현재 당권을 쥔 문 대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두 번째로는 그동안 지도력을 행사한 인사들이 당의 전략적 판단에 동참해야 한다고 봤다. 사지에 가서 죽으라면 죽고, 불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 출마를 포기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다선 중진과 486 그룹 등의 물갈이는 당 지도부가 먼저 살신성인에 나선 뒤에 판단할 문제다. 혁신위가 그들까지 거론해서 전선을 넓혀 놓으면 집중도만 떨어질 뿐이다.
무엇보다도 전·현직 대표 이외의 물갈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의적으로 물갈이가 이뤄졌다. 당권을 쥔 인사들이 자기에게 밉보이거나 비주류인 의원들을 공천에서 제외 시킨 다음, 자신과 가까운 세력이나 사람들을 집어넣는 식이었다. 이번 혁신안의 핵심은 객관적으로 인물을 평가해서 문제 있는 사람은 걸러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집어넣는 식으로 물갈이를 하자는 것이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전략공천위원회,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적극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에 피 안 묻히려는 지도부, 문제 있다"- "하급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지적에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혁신위 안에서는 법리적인 부분보다 국민적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상급심 판결이 남았다 할지라도, 이미 국민들은 한번의 유죄 판결만으로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 아닌가. 지금은 억울함을 감내하고서라도 국민에게 바로 서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신 명백한 정치 탄압인 사건의 경우에는 구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마련해 최대한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재적 2/3 이상의 위원들이 찬성할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구제하는 예외 조항도 있다.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하급심에서 유죄로 판결 받은 사람의 공천 배제 여부는 검증위가 그때의 정치적 상황에 맞게 판단할 부분이다. 이 사람 하나 살리려고 다른 열 사람을 총선에서 떨어트릴 것인지, 아니면 국민적 정서를 우선할 것인지 말이다.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 탈당과 신당에 합류한 사람들의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과 어긋나는 대목이다."참 어려운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천 의원과 정의당까지 함께할 수 있는 통합이 이뤄져야하는 건 맞다. 실제로 혁신위 안에서 그러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 기강을 세우는 혁신도 중요했다. 당이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탈당하는 현상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태도 역시 문제 아닌가. 당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혁신위는 원칙적으로 기강 확립을 제시한 것이다. 당을 합치고 통합하고 연대하는 건 별개의 정치적 문제다."
- 해당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당에게 요구했다. 해당 행위의 기준이 모호하지 않나?"솔직히 당 안에 있으면 충언과 개인 이익을 위한 발언을 구별할 수 있다.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온갖 얕은 수를 쓰거나, 자기가 살기 위해 당을 흠집 내는 정치인들이 눈에 보인다.
최근 박주선 의원이 탈당했다. 그가 그동안 해온 발언이나 행동에 일종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탈당 기자회견 장소까지 마련해 줬다. 이를 징계할 수 있는 정도의 정당이어야 한다. 수수방관하면서 서로 상처 주고 탈당할 때까지 가만 놔두는 게 제대로 된 당인가. 솔직히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그 정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했다. 아무도 손에 피를 안 묻히려 한 건 문제 있다."
"안철수의 '낡은 진보' 청산 제안,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