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학생에 '자퇴서' 내라는 학교, 무슨 일이?

충남의 한 체육 특목고, 가혹 행위 논란... "운동하기 싫으면 그만 둬야"

등록 2015.09.25 15:43수정 2015.09.25 15:43
1
원고료로 응원
. 운동부 학생들에게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을 제출하도록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는 충남의 한 특목고 인터넷 누리집 갈무리.
.운동부 학생들에게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을 제출하도록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는 충남의 한 특목고 인터넷 누리집 갈무리.임정훈

충남의 한 체육 특목고에서 운동부 학생들에게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을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감독과 코치가 학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목고 ㅊ고교는 지난 23일 복싱부 일부 학생들에게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전학을 가든 자퇴를 하든 결정하라"고 요구하며 "복싱부를 해체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 지난달 말 무렵 운동을 중단하고 5일간 학교를 나갔다가 돌아온 데 따른 조치라는 게 학생들과 학교 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학생들은 감독과 코치가 지도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나 불법 의료행위 등을 지속했고 이를 견디지 못해 학교를 나갔다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이를 외면하고 무단이탈의 책임을 학생들에게만 물어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협박이고 지나친 일방적 행위라는 것.

학생들은 "복싱부 코치가 술을 먹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들어가 주먹으로 학생들의 팔이나 가슴, 뒤통수 등을 때리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 교사가 벌을 잡아 학생들에게 벌침 시술을 했고, 부작용으로 이를 맞은 학생의 손이 부어올랐는데도 운동을 계속하라고 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학생들이 이러한 가혹행위들 때문에 견디다 못해 학교를 나갔다 돌아왔다는 것이다.

학생들 "가혹행위 못 견뎌 무단 이탈" vs. 교장 "운동하기 싫으면 나가"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 .
자퇴서와 선수활동 포기원.임정훈

이 학교 강아무개 교장은 학생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학생들이 세 번 정도 학교를 나갔다. 학생들이 하도 속을 썩이니까 예방 도구라고 생각하고 한 일인데 그걸 협박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학생들이 꼭 가출(무단 이탈)하고 돌아오면 그런 이야기(감독과 코치의 가혹행위)를 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하면 되는데 가출하고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운동하기 싫고 가출을 반복할 거면 그만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치의 가혹행위는 지난 1학기에 문제가 돼 정리하려고 했다. 학부모들도 그렇게 요구했다. 그래서 학부모 전체 앞에서 코치의 각서도 받았다"며 문제가 된 부분을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코치는 학교에서 여전히 학생들과 함께 체전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치의 가혹행위와 관련해 학교 측에서 교육청에 사안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충남교육청에서는 "모르는 일"이라며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감독 교사의 벌침 시술과 관련해서도 강 교장은 "3월에 부임해보니 우리 학교는 그렇게 많이들 시술하고 있더라. 운동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다치거나 하면 민간요법으로 (벌침 시술을) 한다. 그래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일상적으로 이 학교에서 벌어져 온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자격-무면허 벌침 시술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이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의 말이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의 1항에서도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지호 홍보이사는 "봉침 시술은 의료법상 불법 행위이다. 설령 불법이 아니어도 쇼크로 인한 사고 우려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봉침 시술은 임상 실험에서 과민 반응 유발물질을 제거한 뒤 약침을 조제하여 시행하며 중금속, 잔류농약 성분 검사, 멸균, 미생물 한도 실험, 냉장 보관 등의 과정과 검증을 거쳐 한의사 등의 전문의가 시술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시술을 했다는 건 더더욱 안 될 일이다"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한편 충남교육청 지아무개 장학사는 "해당 학교의 일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학교에서 아무런 보고도 없었다. 사실 확인 후 처리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충청남도교육청 #충남 특목고 #특목고 #학생인권 #자퇴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