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방랑자 엘베. 그는 몇 년 전 허리 추간연골에 탈이 나고부터는 모든 일을 접고 카메라 2대를 메고 프랑스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몇 년째 지금 지구촌 순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안수
#1
지인 작가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불쑥 떠난 여행.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히 그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미에서 남미로 향하는 노정이었습니다.
부산에서 화물선을 타고 중미로 떠났던 그녀는 22개월 뒤 마침내 항공으로 서울로 되돌아왔습니다. 자칭, '여행거지'가 되어서입니다. 그녀의 말을 되새김 해보니 거지는 내 것인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또한 내 것이 아닌 것도 딱히 없는 사람입니다. 거지야말로 최근 우리가 지향하는 공유경제의 실천가들인 셈이지요.
'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는 '주제를 모른다'는 뜻으로 인용되긴 하지만 원뜻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불우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남을 동정'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겼습니다. '거지'를 자처하는 그녀를 통해 거지가 '도승지'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그녀가 서울에서 한 첫 번째 일은 자신의 짐들을 정리해서 벼룩시장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난 미련이 없어졌다. 사물에 대한 미련이다. 나의 것이라고 했던 것이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난 이제 사람에게 미련이 많아졌다." 여행작가 강미승은 이렇게 22개월 길 위에서 닦은 도력으로 한순간에 도승지의 위상을 거지 아래로 뒤집기 했습니다.
'소유'보다 '향유'라는 쉐어링의 마법 주문(呪文)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2지난 일요일(9월 20일) 그녀가 왔습니다. 지난해 12월 여행에서 돌아온 뒤 두 번째 모티프원 방문이었습니다.
그녀가 타고 온 차량은 쏘카(SoCar)였습니다. 2000년 자동차로 인한 환경문제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미국의 카쉐어링 서비스, 집카(Zipcar)와 같은 개념으로 2011년 제주에서 시작된 카쉐어링서비스 브랜드입니다.
질긴 소유욕을 극복한, 차 없는 '거지'의 그녀에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는 이 공유시스템은 딱 어울리는 이동수단이었습니다.
그녀는 두 사람과 동행했습니다. 한 사람은 수십 년간 우정을 공유하고 있는 중, 고등학교 친구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길 위에서 동행인으로 만난 프랑스인 친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