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Rights Office Kandy 주최 하에 열린 '세계 강제실종 피해자의 날'행사가 진행 중이다.
Human Rights Office Kandy
스리랑카의 강제실종이 멀게 느껴지는가? 강제실종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 정부의 남영동 대공분실, 삼청 교육대 등이 바로 강제실종의 현장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진우(임시완)가 당한 것도 강제실종이다. 후에 진우 모는 아들의 행방을 알게 되지만, 실제의 경우에는 행방을 알지 못한 채 실종 상태로 남거나, 서울대학생 고 박종철처럼 죽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 행사장으로 가니, 입구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주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기나긴 세월을 같은 심정으로 함께 싸워왔기 때문인지 서로가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작년 행사부터 올해 행사까지 다시 일 년을 자식의 생사를 모르고 보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참담한 듯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한 채 조용히 행사의 시작을 기다렸다. 실종자 가족들을 제외한 다른 참여자들이 그 침묵을 대화로 채워나갈 뿐이었다.
캔디 인권사무소의 직원인 루실 아베이콘(Lucille Abeykoon)에 의하면, 올해 이 행사를 통해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 추모하는 한편 정부에게 'UN 강제실종협약(정식명칭은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비준할 것', '이 범죄에 대해 죄를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불할 것', '마지막으로 국내 형사법에 따라 강제실종을 범죄로 인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가족이 사라진 사람들의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