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청계광장 부근에 설치된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에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에 참가한 만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권우성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21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뙤약볕 아래서 백발이 성성한 각계 시민사회 원로 50여 명이 모였다. 법조·언론·예술계 등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각계 원로들은 "이번 노·사·정 합의는 노동개혁이 아닌 박근혜표 노동재앙"이라며 이를 규탄·저지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따가운 햇별 아래 모인 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지난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여 의결한 합의안 속 '쉬운 해고'(저성과자 해고), '사용자 임의의 취업규칙 변경' 등 내용이, 노동자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노동 개악'이라는 이야기다(관련 기사 :
"박근혜표 노동 재앙", 시민사회단체 시국 농성 돌입). 시국선언에는 시민사회 원로 9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며칠 전 박 대통령이 보여준 노·사·정 합의문을 병실에서 보고서 저는 앞이 다 캄캄했습니다. 이건 지금껏 우리가 쌓아 온 노동 운동의 핵심,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몽땅 깔아뭉개는 범죄 행위여서 제가 그냥 누워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고관절(엉덩이뼈)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부상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의 부축을 받고서야 자리에 선 백 소장은 "오늘 제가 절뚝거리면서까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도 노동자들의 싸움에 말 한마디, 땀 한 방울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