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글·사진 이경애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9월 18일 / 값 13,800원>
(주)조계종출판사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이경애, 조계종출판사)은 서울 북촌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절집을 두루 찾아다니며 두 발로 체험하며 두 눈으로 쓰고, 마음으로 우려내며 가슴으로 저려 쓴 사찰음식 이야기입니다.
오라는 사람 없고 반기는 사람 없는 절집, 그 절집엘 가야만 찾을 수 있는 사찰음식을 찾아다니는 저자의 발걸음은 또 다른 모습의 출가이며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방랑 식객의 자화상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나 꿀꺽거리며 침을 삼켰습니다. 눈물이야 억지로라도 짜낼 수 있지만, 침샘에 고이는 침은 온전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장아찌 이야기를 읽을 땐 짭쪼름한 맛에 입맛 다시고, 고구마줄기 김치 이야기를 읽을 땐 아삭거리는 식감에 침이 고였습니다.
책에서 차리고 있는 내용은 제주도 보덕사 메밀빙떡부터 강원도 영월 금봉암 감자보리밥과 우거지빡빡된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절집, 그 절집엘 가야만 맛볼 수 있는 24가지 사찰음식과 음식이 품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편 레시피입니다.
글과 사진으로 기억과 구전의 한계 극복하는 기록
기억과 구전은 변할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왜곡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은 변하지도 않고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왜곡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건 이절 저 절에서 기억과 구전으로만 이어지는 사찰음식들을 세세한 글과 또렷한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감칠맛처럼 배어있는 사연 같은 이야기까지 양념을 버무리듯 듬뿍 버무리고 있어 가치를 더해줍니다.
근 열 달 동안 삭혔는데도 참취 잎 한 장이 어른 손바닥보다 크고 향도 생생하게 풍긴다. 국물을 짜내고 흐르는 감로수로 서너 번 헹군 다음 씹어 보니 질기고, 쓰고, 짜고, 향은 너무 강하다. 겉보기에는 장아찌 그대로 먹어도 될 성 싶었는데 그 맛이 영 아니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괜히 귀한 게 아니라며 보살님은 씻은 참취장아찌에 물을 흥건하게 붓고 한참을 삶더니 다시 서너 번 헹궈내고 빨래를 짜듯 물을 꼭 짜낸 다음 맛을 보란다. 입안에 아가의 맛이 남아 있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입에 딱 맞는 간이다. 풍부한 섬유소가 부드럽게 씹히는 맛도 좋고 향도 초봄에 먹는 햇 참취나물 못지않게 그윽하니 살아 있다.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