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년의 역사를 지닌 주한 영국대사관저.
구영식
"평양 주재 대사관에서도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 잘 몰라"찰스 헤이 대사는 지난 6일 열린 '철원 DMZ 국제평화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5km를 뛰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번, 하프코스를 1번 완주했을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마라톤 참가 소감을 묻자 그는 "내 나이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라며 웃었다. 그는 "비무장지대는 한번도 보지 못한 지역이었다"라며 "논이나 밭, 산,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것을 보면서 남북이 분단돼 있다는 사실에 착잡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을 바라고 있다"라고 전제한 뒤, "제가 다른 사람에게 종종 '한국의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 것 같냐?'고 묻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5~10년 사이라고 대답한다"라며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일이 아니라는 것'과 '50년 이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아무도 예측하지 않을 때 갑자기 올 수 있다"라며 "대사로 재임하고 있는 동안에 통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찰스 헤이 대사는 지난 8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마이클 기퍼드 평양 주재 영국대사를 만난 것과 관련해 "평양의 영국 대사관과 거의 매일 이메일을 주고받는다"라며 "하지만 평양에 주재하는 분들도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없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거기(평양주재 영국대사관)서도 여기(주한 영국대사관)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려고 한다"라며 "하지만 평양에 있는 분들은 '외부에 나갈 수 있어서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는 안다, 북한 대사에게 평양의 건물은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길거리는 어떤지를 자주 물어본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접하는 북한 정보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는 "완전히 정확한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할 경우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횡단철도 프로젝트'에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라며 "다만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을 갈 수 있다면 환상적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한국은 핸드폰, 영국은 종이신문"찰스 헤이 대사는 외교관답게 유머가 넘쳐났다. 기자들이 "영국 등 유럽 언론에 비해 한국의 언론환경이 어떤가?"라고 묻자 "온 더 레코드(on the record)에서는 많이 이야기할 수 없다, 술 마시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해 좌중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다만 언론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대통교통을 이용할 때 한국에선 거의 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한국에 있다가 런던으로 갔더니 기차나 지하철에서 모두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언론 환경이 빠르게 발전했고, 언론환경이 더 다양하고, 유동적인 것 같다"라며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 (뉴스 등의) 미디어를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가 온라인 매체로 상당히 성공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노동당이 제레미 코빈을 새 당수로 선출한 것과 관련, 찰스 헤이 대사는 "영국 외교관은 영국 정당정치을 언급할 수 없다"라며 "언론을 통해 어떤 식으로 정치가 돌아가는지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기 바란다"라고 재치있게 답변을 피해갔다. 다만 그는 "제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이 당수로 선출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