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 회사도 블랙기업일까?> 표지
개마고원
여보! 이번 타협안에 대해 민주노총과 재야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소.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에 대한 행정지침이 발표되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소. 14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하면서까지 극심하게 반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오.
근로기준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취지가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데 있지 않겠소. 물론 이것 하나만은 아니지만 말이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창한 안건을 들고 나왔소. 현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명백한 잘못이 없는 경우 쉽게 해고할 수가 없소. 즉 해고의 정당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앉는 해직자들이 얼마나 많소.
또한 '징계해고' 말고도 '일반해고'라는 걸 둬 임금만큼의 노동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즉, 저성과자의 경우도 해고가 쉬워질 것이란 염려가 있소. 이 경우 노사정이 협의를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새누리당과 정부는 단독 법안을 들고 나오는 형편이니 협의라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오.
여보! 정부나 기업체는 해고하기 쉬운 경영을 원하고, 노동자는 해고하기 어려운 기업을 원하오. 나름대로의 이유는 충분하오. 하지만 해고하기 쉬운 기업은 블랙기업(고용 불안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로 일본 곤노 하루키가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 기자말)이라 할 수 있소. 시즈미 나오코는 그의 책 <이 회사도 블랙기업일까?>에서 사례를 들며 블랙기업이 어떤 수법을 쓰고 있는지 가르쳐 주고 있소.
'직무역량향상 프로그램(PIP,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을 역이용하여 퇴직을 강요하는 수법을 쓸 수 있음도 알려주고 있소. 이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회사원의 욕구를 역이용하는 것인데, 무리한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14시간 중노동을 시키고, 트집을 잡아 퇴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오. 일종의 '미운털 뽑아내기'라오.
'직무역량향상 프로그램'이 쉬운 해고의 무기 될 수 있어"PIP란 겉으로는 업무개선을 한다는 좋은 명목이지만, 사실상 직원의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조정 수법이다.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한 업무명령을 내리거나, 실제 내용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판단하고는 과제 달성이 어렵다고 평가하며 퇴직을 강요하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담당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본문 26, 27쪽)실제로 이런 예는 다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소.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쉬운 형태의 해고라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기업들이 직무역량향상 프로그램(PIP)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징계해고를 위한 사유를 축적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두고 한 말이오.
금속노조 현대차 일반직지회 측도 "현업과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영학 이론 수업 등을 받게 하고 과제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PIP 교육은 해고를 위한 징계 목적의 성격이 짙다"고 반발해 사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소.
여보!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보다 쉬운 해고를 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말하고 있소. 노동 유연성으로 말하면 OECD 3위인데 말이오.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여 노사정이 차후 합의하겠다고는 하지만, '쉬운 해고'를 양성화하고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소.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매년 비자발적 해고, 즉 징계해고, 정리해고, 권고사직 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오. 민주노총의 자료를 보면, 해고구제신청 수가 2011년 83만 5906 건에서 2014년 89만 1898 건으로 늘어났소. 해고자수도 4년 새 1만 848명에서 1만 2966명으로 늘어났고.
'쉬운 해고'가 실은 블랙기업의 최고 무기라 할 수 있소. 정부가 기업에 그 무기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라고 노동자 측은 반발하는 거요. 겉으로야 뭐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하는 길이라는 포장을 하지요. 책이 말하는 블랙기업의 수법은 '쉬운 해고' 이외에도 많다오.
▲ 권력형 괴롭힘을 통해 퇴직하도록 유도 ▲ 장시간 노동의 강요 ▲ 정신적 스트레스를 줘 퇴직하도록 공작을 함 ▲ 비정규직을 유지한 채 저임금을 줌 ▲ 관리감독자 제도와 재량노동제의 남용 ▲ 과로 등에 따른 산재 은폐 ▲ 잔업수당 미지급·서비스 잔업 ▲ 사기성 계약 ▲ 급여에서 불법 공제(본문 61~69쪽 요약)블랙기업, 꼼꼼히 따져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