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다수가 반대한 '안보법안', 어떻게 가결됐나

[경과] '전쟁 빗장' 완전히 푼 아베, 심의 시작부터 최종 가결까지

등록 2015.09.19 12:01수정 2015.09.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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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지탱해 온 평화헌법이 무력화됐다. 지난 17일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안'이 참의원 특별위원회(아래 특위)에서 가결된 데 이어 19일에는 본회의마저 통과했다. 이로써 위헌 논란과 국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던 안보법안은 4개월에 걸친 국회 심의를 통과하고 최종 성립됐다.

아베 정권이 국회에 안보법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 5월 15일이었다. 이후 26일부터 중의원 심의가 시작됐다.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는 '집단자위권 행사 범위'와 '자위대원의 안전'이 주요 쟁점이었다.

쟁점의 양상이 크게 바뀐 건 지난 6월에 들어서면서다. 중의원 헌법심사회의의 참고인 질의에서 여당 측 추천 참고인 3명이 모두 "위헌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것이 계기였다. 특위의 논의 대상이 '집단자위권 행사의 위헌 여부'로 옮겨갔다.

아베 정권은 "어디까지나 일본을 지키기 위해 집단자위권을 일부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산당은 "위헌"이란 공세를 강화했고 논쟁은 치열하게 불붙었다.

이런 가운데 연립여당은 회기 종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난 6월 22일, 법안 성립을 위해 회기를 오는 27일까지 95일 동안 연장했다. 95일이라는 연장 폭은 참의원에 보내진 법안이 60일 지나도 가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중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할 수 있다는 '60일 규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연립여당은 독단으로 지난 7월 15일 중의원 특위 표결을 결정한다. 심의 110시간을 넘겨 충분한 논의가 확보됐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질의가 진행될수록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연립여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안보법안은 특위를 통과하고 다음날인 7월 16일에는 중의원 본회의마저 통과했다. 민주당과 유신당은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수적 우위 앞세운 아베 정권의 폭거... 성립 전제 문서 작성하기도


지난 7월 27일부터 무대는 참의원으로 옮겨졌다. 아베 총리와 각료들은 여러 우려를 경청하기 보단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데만 골몰했다. "안보법안이 전쟁 위험을 낮춘다", "징병제는 도입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또한 중국의 군비증강과 북한의 위협을 안보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여기서 아베 정권의 위기가 한 차례 찾아왔다. 아베 총리의 보좌관이 법적 안정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것. 이소자키 총리 보좌관은 한 강연 도중 아베 정권이 헌법해석을 바꿔 집단자위권을 추진하는 것에 관해 "법적 안정성은 관계없다"고 말했다. 헌법전문가들이 안보법안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 논란을 부추긴 셈이다.


아베 총리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법적 안정성을 매우 중시하는 것이 내각의 자세"라고 해명했고 해당 보조관은 특위에 출석해 "발언을 취소한다"며 사과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참의원 특위에서는 핵무기 운반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 측이 안보법안의 내용 가운데 '외국 군대의 후방 지원'에서 '무기 및 탄약 수송'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나카타니 국방장관은 "법문 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핵 3원칙이 있기 때문에 핵무기 운반은 가능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안에 이를 명기하라고 주장했다.

심의가 한참인 가운데, 안보법안이 이미 성립된 것을 전제로 한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검토 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분석과 연구를 수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때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3개 군소 야당에 손을 내민다. 법안 통과에 큰 영향이 없지만 보다 많은 당이 찬성하는 모양새를 위해서였다. 차세대당 등 3개 군소야당은 그동안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있어 국회의 사전 승인'을 요구해왔다. 연립여당은 이들 야당과 협의하고 이를 '부대결의'로 통과시킬 것을 합의했다. 3개 군소야당이 참의원 표결에서 안보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다.

이틀 만에 참의원 특위·본회의 '날치기' 통과

안보법안을 놓고 여야의 마지막 공방은 지난 17일 오전부터 뜨거웠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위원장 불신임 동의안을 제출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지만 연립여당의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이후 질의 중단이 연립여당 다수의 요구로 가결되고 곧바로 표결이 이뤄졌다. 그 결과 연립여당과 차세대당 등 군소야당의 찬성으로 안보법안은 참의원 특위를 통과했다.

법안의 신속한 성립을 바라는 여당 측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참의원 운영위원회 이사회를 개최해 본회의 개회를 협의했다. 이 회의에서 나카가와 운영위원장은 직권으로 본회의 개회를 결정하고 안보법안을 상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참의원에 나카가와 운영위원장의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곧바로 열린 본회의에서 해임 결의안은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또한 민주당은 나카타니 국방장관이 안보법안 심의에서 잘못된 답변을 반복하는 등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문책 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했다. 이 역시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공방 끝에 연립여당과 차세대당 등의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본회의가 길어지자 연립여당은 '필리버스터'를 의식한 듯 취지 설명과 토론 발언 시간을 10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제출해 찬성 다수로 가결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다시 야마자키 참의원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며 맞섰다. 여야는 이 결의안 표결을 18일 오전 10시부터 참의원 본회의에서 하기로 협의했다. 불신임 결의안 표결이 안보법안 표결보다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안보법안 표결도 하루 미뤄졌다.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18일 오전 9시부터 긴급 당수 회담을 갖고 안보법안이 참의원 특위에서 '날치기' 가결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중의원에 공동 제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오전 "위헌이 명백하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안보법안을 강행 성립하려는 아베 총리를 간과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참의원에 새롭게 제출했다.

18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마자키 의장의 불신임 결의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유신당은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오후 속행된 참의원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 문책 결의안 취지 설명에 나선 민주당 군지 아키라 참의원 의원회장은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폭거"라며 "아베 내각은 한시라도 빨리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참의원 특별위원회 코노이케 위원장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재차 제출했다. 이후 오전에 제출됐던 아베 내각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이 중의원 본회의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 문책 결의안과 불신임안은 수적 우위를 점한 연립여당에 의해 모두 순차적으로 부결되고 말았다.

뒤이어 연립여당과 3개 군소야당은 19일 새벽 안보법안에 대한 최종 심의를 강행했다. 결국 찬성 148표, 반대 90표로 안보법안은 가결됐다. 그렇게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5개 야당의 지연작전을 통한 마지막 저항은 법안 통과를 하루 연기시키는 데 그쳤다.
#안보법안 #집단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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