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교수.
권우성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리 대중적이지 않지만 그동안 정치와 사회 분야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쳐왔다. '경제발전'에만 집중돼 있던 사회적 관심사가 '복지'로 옮겨 오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진보정당뿐 아니라 과거의 민주당, 그리고 지금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 단체의 영향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복지 담론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 운동' 단체였다.
그들이 '창당'을 선언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8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복지국가 정당 대국민제안대회'를 열고 정식으로 창당 계획을 밝혔다. 정치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직접 정치를 선언한 것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수많은 신당 창당설이 흘러나오지만 대부분 기성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다. '새로운 세력'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창당 시도는 주목 받는다.
"야당, 고위층에 의해 '보편적 복지' 이식"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야당을 통해 복지국가 정치세력화를 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낡은 정치로는 이 시대가 원하는 어떠한 구조적 개혁도 할 수 없다. 완전히 파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야당을 "권력을 추구하는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협의체"라며 "사실상 정치자영업자들의 집단"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는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전망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기성 정당으로 들어갈 확률은 0%"라며 "천 의원은 좋은 정치인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분들도 기존의 낡은 정치의 구성요소가 돼 버렸다. 천 의원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해도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것 자체로 낡은 정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동안 사단법인으로 복지의제와 관련해 학술적이고 사회운동적인 활동을 해왔다. 정당을 창당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동안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운동해 왔다. 정책 연구와 개발, 이게 X축이다. 정책이 있어도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국민운동체가 필요했다.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지역운동조직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렸다. 이게 Y축이다. 하지만 운동만으로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다 바뀌어야 한다. 그걸 하는 게 정치다. 그게 Z축이다.
Z축이 바로 복지국가의 정치세력화다. 처음에는 이걸 야당을 통해 이루려고 했다. 먼저 진보정당을 찾아가 그들의 반자본주의 노선을 복지국가 노선으로 바꿨다. 또 (당시) 민주당을 찾아가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등을 만나 이들을 복지국가주의로 교화 시켰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정동영이었고,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우리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다.
그 결과, 민주당 당헌에 '보편적 복지'가 들어갔다. 자유주의 정당에 사회민주적 요소가 들어간 것이다. 정치사적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한계가 금방 드러났다. 보편적 복지라는 노선은 당원들의 총의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부 고위층 정치인에 의해 이식됐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기성 정당으로는 복지국가 정치세력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불행의 늪에 빠졌는데 누가 집권을 했나 보면 지금 거대양당이 10년씩 집권했다. 그들이 다 망쳐 놨다. 과거의 낡은 정치로는 이 시대가 원하는 어떠한 구조적 개혁도 할 수 없다. 그 구조를 수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파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소득층 증세로 시작해 중산층까지 증세해야"- 현재 야당도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복지국가 정당'이 기존의 야당과 어떤 차이가 있나?"지난 8월 25일 '복지국가 정당 대국민제안대회'를 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설명회를 하는 중인데, 그런 질문이 나올 걸로 예상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걸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왜 그걸 묻지 않는지 거꾸로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데 뭐 하러 물어보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성의 낡은 정치가 무엇인지 대중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것과 다른 정당을 만든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영호남 지역주의 정당, 특정 인물에 의존하는 것이 낡은 정치다. 조선일보와 서울대학교가 공동으로 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68%는 정치를 불신한다고 했다. 또 63%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했다. 정치가 내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정치효능감' 조사에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2%밖에 안됐다. 나머지 88%는 정치가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기성 정치가 거대한 실패를 했다는 얘기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과 같이 할 수 없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현재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은 지난 15년의 세월 동안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기성 정치에 도전장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들도 낡은 정치의 구성요소가 됐다. 자신들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기존의 진보정당으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 내가 입당하는 게 맞지만, 이미 못한다는 결론이 났다."
- 그렇다면 복지국가 정당은 어떻게 기성정당과 구별될 수 있는가?"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법과 제도를 통해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성정당이 정치세력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의회에 진입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다. 권력을 추구하는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의 협의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사실상 정치자영업자들의 집단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로지 복지국가에만 관심이 있다. 가치와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개혁이 필요하다. 재벌의 양보,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일부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뛰어야 하고, 그것만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 복지는 곧 조세제도와 연결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이 있었다. 또 '중부담중복지'라는 말도 나왔다. 복지국가 정당이 추구하는 복지는 어떻게 이뤄지나?"복지는 성장의 다른 이름이다.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에는 '적극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국민 모두의 능력을 키우는 복지다. 일자리 복지이고 경제성장을 위한 복지다. 우리가 제시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경제성장과 복지를 통합 시킨 모델이다. 성장 엔진을 탑재한 복지국가 모델이다.
기본적으로는 보편적 부담을 추구한다. 우선 상위 10% 수준의 고소득자들과 재벌 대기업이 세금을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까지 증세를 확대해야 한다. 국민들이 보편적 증세라고 하면 싫어할 수 있다. 그것은 경제와 복지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더 많은 소득을 얻게 한 후에 보편적 증세로 가야 한다."
"천정배, 복지국가 정당으로 온다면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