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충북 음성군 대소면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 앞에서 민주노총 충북본부 조합원들이 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충북본부
이곳 화물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곤 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이들은 1년이면 지구를 5바퀴를 운행한 것과 같은 거리를 달린다. 이씨는 유일한 휴식 시간은 밥 먹는 시간이라고 했다.
"밥은 휴게소에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운전석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합니다. 하루 13시간 운전을 하는데 평균 675km를 달려요. 1개월 평균하면 1만 7500km에서 1만 8000km를 운행하는 거죠. 1년이면 20만km 정도를 운행합니다. 여기에 물건의 상하차까지 운전자들의 몫으로 떠넘기니 노동 강도나 피로감은 어느 사업장보다 센 게 사실입니다."이들은 운송사와 상하차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하차 작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다. 이씨도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운행을 할 수 없게 됐지만 치료비는커녕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용차 비용까지 물어야 했다.
"손가락을 다쳤을 당시 아내가 둘째를 가져 만삭이었습니다. 쉬면 쉴수록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운전대를 잡아야 했어요. 우리가 큰 거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인간적인 대우를 원하는데, 물건 나르는 기계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지입제란 제도 때문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고, 특히 풀무원은 화물노동자의 고혈을 짜서 수익을 내는 기업입니다."이렇게 일하고도 이씨가 손에 쥐는 건 고작 150만~180만 원이 전부다. 월평균 420만 원이 지급되지만 지입료, 차량수리비, 보험료, 소모품 구입, 할부금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늘 적자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차량 수리비로만 2000만 원을 썼다.
이씨는 경남 통영이 집이다. 집에는 아내와 동규(4), 성윤(2) 두 아들이 있다. 풀무원분회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난 4일 새벽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다.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쇠사슬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내가 알면 많이 울 텐데...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요. 아이들이 어려서 아빠를 많이 찾을 시기인데 함께 놀아 주지도 못하고...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지만,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곳에서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20년간 운임이 동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운임이 오른 경우도 있지만, 내리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동결된 거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또 '물류회사 측이 구두로 한 식대 지급 약속도 어겼고, 안전화를 지급한다고 해놓고 헌 신발을 줬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회사는 '구두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인력 감축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된 것도 화물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한 요인이다.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 이미지를 보호를 위해 차량에 화물연대 스티커 등의 부착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려면 풀무원 이미지 없이 백색으로 도색을 하고 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풀무원 이미지를 지울 경우 차량배차에서 불이익은 물론 차를 매매할 때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은 '절대불가'라는 주장이다.
한편 풀무원 측은 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차주들이 운송 차량 외부의 풀무원 CI로고를 훼손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페널티를 물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썼다"며 "이 서약서는 강요된 것이 아니라 운송 차주 전원이 지난 3월에 자발적으로 사인해 스스로 제출한 것"이라고 전했다(관련 기사 :
"산재 사고 나몰라라" "물류에 피해 심각").
관객 1260만을 끌어 모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재벌 3대로 넘어가면서 급속히 타락해져가는 한국 재벌가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경찰이 화물노동자의 자살기도사건을 접하면서 시작한다.
영화에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화물노동자의 모습이 그려지는 등 풀무원분회 파업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조탄압과 재벌의 '갑질'은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그동안 바른 먹거리 뒤에서 숨죽이며 한숨을 삼켜온 화물노동자들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과 참여로도 가능하다.
초가을 새벽공기가 차다. 쇠사슬을 몸에 두르고 아스팔트 위에 몸을 누인 화물노동자가 무탈하게 나와서 사랑하는 가족과 부둥켜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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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알면 많이 울텐데" 쇠사슬 묶고 트럭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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