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버드나무 군락지는 4대강 사업 이후 나무들이 고사해 버렸다.
김종술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한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얼마 전에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충남 공주시 백제 큰다리를 출발해 본류 가장자리를 이잡듯이 뒤졌다. 절벽부터 수몰나무 포인트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녹조로 탁한 물속에서 죽은 물고기만 몇 마리 발견했다.
뱃머리를 돌려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를 파고들었다. 정안천 합수부, 이곳은 지난 탐사에서 무등산 수박 크기의 이끼벌레가 버드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곳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몰나무와 수몰갈대, 석축 부근에서 이끼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성인 주먹크기부터 고구마, 무, 멜론을 닮은 이끼벌레를 발견했다. 투명카약을 타고 천천히 가장자리를 돌아본 결과, 이끼벌레 밭이었다. 수심 4m인 이곳 또한 본류에서 녹조가 밀려들어 탁하다. 바닥층에도 이끼벌레가 서식하기 때문에 그 수량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했다.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새로 추정되는 사체도 발견했다.
지금 이끼벌레가 발견되는 장소는 정안천를 비롯해 금강 본류로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지천이다. 또 세종보 상류 3km 위인 금강 상류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서지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지류지천과 금강 상류에서만 이끼벌레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4대강 준공이후 3년 만에 수질이 4급수로 곤두박질 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광'... 하지만지난해 '김종술, 금강에 산다' 연재를 시작하고 지난 5월 '금강 변에 쇠말뚝 박고 자물통 채운 까닭' 이후 기사를 쓰지 못했다. 특별취재단을 꾸려 '금강에 살어리랏다',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를 위해 4대강 탐사보도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4대강에 놀러오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말처럼 낙동강에 투명카약을 띄웠다. 훤히 비추는 바닥은 온통 녹색이었다. 하얀 옷을 강물에 던져 녹조 염색도 해보고 녹조 곤죽에 뛰어들어 수영도 해봤다. 벌겋게 달아오르며 가려움 때문에 씻고 또 씻으면서 내 손은 여든 노인의 손처럼 주름지고 거칠어지고 있다.
거기에 EBS 하나뿐인 지구팀과 '금강에 가보셨나요'에 출연하는 영광도 안았다. 틈틈이 금강에 찾는 학생들과 방송사, 기자들을 이끌고 녹조를 만지고 강물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느라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또 한겨레21 표지에도 투명카약을 탄 '초록눈물'이 실렸다.
이 모두가 이 전 대통령이 준 훈장 같지 않은 '훈장'이다. 그러나 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이끼벌레를 찾아내라고 때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4대강을 살리겠다는 이명박의 주장이 실현된 게 아니라 이끼벌레조차 살지 못하는 금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금강은 해마다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 공산성 붕괴, 이끼벌레, 깔따구와 실지렁이... 내년엔 어떤 '괴물'이 금강에 나타날까? 두렵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가을바람을 타고 강변도 물들이고 있다.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오늘도 강바람과 맞서며 4대강 수문을 밀어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2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