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딘중고서점(종로)
이나연
친정엄마의 유방암에 대한 책을 고를 때에도 중고서점을 검색해서 배송비를 포함하고도 새 책 판매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었어요. 중고 서적은 중소규모이 서점이나 개인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1권만 구입해도 배송비 2500원이 추가되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 책 가격 + 배송비 ≤ 새 책 가격(10% 할인된 가격)' 이런 공식만 성립한다면 굳이 새 책을 사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인터넷서점 직배송이 가능한 중고 책인 경우 책의 상태도 거의 새 책과 다름이 없었고, 가격은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도서 구입가격이 1만 원을 넘으면 무료로 배송해주더라고요. 인터넷 중고서점은 알라딘뿐만 아니라 YES24에서도 운영하고 있었어요.
중고책을 두고 엇갈리는 반응중고 책을 만난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입니다.
"와~ 이거 재미있겠다!""책을 사 왔는데 왜 이렇게 낡았어?"장난감이며 옷 등 물려받아 쓰는 것에 익숙한 녀석들이라 중고 책에 반응할 줄 몰랐는데 새 책이 아니라는 것을 콕 찍어 지적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또 새 책이 아님을 아쉬워하는 표정도 보이더군요.
이 녀석들이 컸구나. 작년보다 또 한 뼘 자랐구나 싶으면서도 앞으로 물려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웃에게 물려받은 옷이나 책, 장난감을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무척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쌍둥이 남매를 키우다 보니 모유 수유를 해도 기저귀며 각종 물품 구입을 동시에 두 배로 구입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갔는데요. 신생아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변에서 물려받은 옷과 장난감들로 많이 절약해서 키운 편이에요.
그런데 크면 클수록 두 녀석이 공유하는 영역이 줄어들더군요. 게다가 성장이 빠른 방글이는 주변에서 옷을 물려주어도 입을 수 없을 만큼 키가 커지고 있고 이제는 거의 한 사이즈가 차이나는 두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방글이(여자)의 옷을 땡글이(남자)가 물려 입을 수도 없더군요. 옷의 경우 물려받은 옷보다 새 옷을 사주었을 때 훨씬 더 폭발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각자가 선호하는 장난감의 영역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직은 중고이더라도 처음 만나는 장난감에 대해 신기한 마음이 가득해서 집중해서 노는 모습을 보이지만, 조만간 새것이 아닌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누가 이런 것을 주었는지, 왜 주었는지 등을 질문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우리는 새것을 사지 않는지도요.
아이의 자존심이 아니라 엄마의 자존심 때문에 유모차뿐만 아니라 장난감 자동차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하죠.
경제적으로 능력도 안되지만 저는 아이들 용품에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남과 비교하기 위해 명품을 사는 행위나, 아이를 하나둘만 키우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누리는 풍족을 상대적으로 덜 누리는 것이 안쓰러워 무언가를 계속 사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나온 친구를 보며 부러워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하나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사주다 보면 아이들은 서로 나누어 쓰는 것, 순서를 기다리는 것을 경험할 수도 없을 뿐더러 결핍이라는 개념조차 얻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 때에야 부모가 경제적인 능력이 되는 한 필요한 것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하지만 점정 성장하면서 스스로 필요한 것을 채워나가야 하는데, 때로는 모든 것을 다 취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해본 것과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무척 차이가 나겠죠.
사람이 오늘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내일을 얻기 위해서는 오늘 조금씩 결핍을 경험해야 그것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그런 결핍을 경험조차 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할 삶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때로는 물려받아 쓰는 것, 중고로 사용해도 괜찮은 것도 있다는 걸 아이들, 아니 부모들은 진정 모르는 걸까요?
[덧글]집에서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자주 안 가게 되네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는데, 한 달 여덟 번 돌아오는 주말 중 두 번은 시댁에 가고, 2~3번은 미술관에 가고, 2~3번은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해야 하거든요. 짬짬이 친정엄마와 식사도 해야죠. 외출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도서관까지 갈 만한 체력이 남아있지도 않고, 체력이 남아있다면 아이들은 주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을 하는 쪽을 선호한답니다(도서관-외출-공원활동, 세 가지를 하루에 소화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리예요. 외출 일정은 하루에 2개를 넘지 말아야 늦은 저녁에 아이들에게 짜증을 덜 낸답니다).또 여전히 스스로 책 읽기보다는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서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고 부부가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부부가 한 녀석씩 끼고 앉아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육아 노동의 공간으로 저희 부부에게는 아직까지 기피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우연히 중·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희 부부가 각자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은 언니 오빠들이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었는데요. 거의 1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새로운 책을 가져가 읽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해서 혼났더랍니다.도서관에 못 가는 핑계를 그럴듯하게 풀어내면서 그저…, 매일 밤 다섯 번 열 번씩 재탕을 하고 있더라도 한 녀석당 한 권씩 두 권의 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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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 10권에 대략 10만원, 부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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