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양손에 짐을 들고 찾아간 회사는 모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모여있는 단지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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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나는 두 번째 출가를 결심했다. 구미 공단에 있는 전자회사 중에 '병역 특례'가 가능한 회사를 찾아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찾다가 구미3공단에 있다는 중소기업에 입사를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무 살의 나는 참 어리석었다. 취업을 한다면서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한 번 가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면접 절차도 없이 당장 취업 시켜준다고 말하는 정도의 회사인데 얼마나 열악한 환경일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열아홉에 고등학교 실습사원으로 취업했던 '내 첫 직장과 비슷하겠거니..' 라고만 생각했다.
양손 가득 짐 가방을 들고 취업한 회사로 갔다. 그 회사는 모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그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모여있는 단지내에 있었다. 회사에 도착 하자마자 조그만 사무실 한켠에 내 짐을 놔둔 채 나는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처음 입사한 나에게 신입 사원에 대한 교육이나 급여 설명, 병역 특례를 언제 시켜줄 건지, 기숙사는 어딘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저 부족한 사람 한 명 왔으니 어서 생산 라인에 투입시켜 일을 시킬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가슴 아픈 두 번째 이별을 하며 구미로 올라와 버렸는데 이제서야 뭔가 잘못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반나절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단지 안의 협력 업체들이 모두 함께 이용하는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화장실을 잠시 들렀다가 식당으로 가니 벌써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점심시간도 40분 밖에 되지 않아서 밥 먹고 돌아서면 다시 생산라인으로 투입돼 일을 해야 한다.
첫 날이라 안 그래도 어색한 나에게 살갑게 말을 붙여 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나를 현장에 밀어 넣은 그 관리자 조차도 나를 챙겨주지 않았다.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건지. 그리고 따뜻한 우리 집이 그리워졌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던 이전 직장도 그리웠다. 그렇게 나는 밥을 먹고 사무실 한켠에 놔뒀던 내 짐을 챙겨 도망을 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타지에서 외톨이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