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개 세 마리와 함께 산책을 나선 할아버지와 가판대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성경
매일 아침이면 가족처럼 여기는 개 세 마리를 산책시킬 겸 람블라스 거리에 나섰을 할아버지. 아마 습관처럼 신문 가판대에서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신문을 샀겠지요. 그리고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짐 없이 복슬복슬 강아지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을 겁니다.
동양의 한 여인이 잠이 덜 깬 얼굴로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것 빼고는 저들에겐 어제와 그제와 지난주와 별 다를 것 없을 아침 풍경이었겠죠. 동양의 한 여인은 그제야 느꼈어요.
'아... 난 떠나왔구나. 바르셀로나에 있구나.'색다름이 반갑고 그들의 일상이 낯설어서 달려가 인사를 던질 뻔 했습니다.
"저 왔어요!" 하고요.
우리 부부가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걷는 속도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고, 내 마음이 닿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춰 서야만 들리는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50일에 이르는 스페인 여행의 첫날이자 바르셀로나 여행의 첫날, 우리 부부는 여느 여행에서처럼 작은 두 발로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숙소 근처였던 산츠 역에서 '바르셀로나 카드'를 먼저 만들고, 가우디와 함께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건축가로 손꼽히는 몬타네르의 작품인 '카탈루냐 음악당'을 가이드 투어를 받으며 꼼꼼히 둘러봤습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내부도 책을 뒤적이며 오랜 시간 머물러 봤으며, 개인 소장임에도 혀를 내두를 만큼 전시품이 많은 '마레스 박물관'과 프랑코 독재 정권에 항거하면서도 조국인 스페인을 너무나 사랑했던 '피카소의 미술관'도 감동 받으며 둘러봤지요.
해가 질 무렵에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과 람블라스 거리에서 200년 가까이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산 조세프 시장'에서 간단히 장도 봤답니다.
독특한 건축물도, 유명한 미술품도 모두 우리 부부가 열심히 공부해가며 즐겁게 보는 것 중 하납니다. 특히 우리 부부는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 건축과 미술에 대해 사전에 꼼꼼히 조사하고 입장이 가능한 곳은 되도록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여유롭게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나라에 한 달 이상은 머무르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