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의 숨결을 느껴 보는 '강화산성' 길

[사진] 강화산성에 다녀와서

등록 2015.09.14 13:33수정 2015.09.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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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산성 남문
강화 산성 남문이홍로

지난 12일, 강화 나들길 15코스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밤에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떠 있는 가을 날씨입니다. 강화 나들길에 가기 위해 신촌 현대 백화점 앞에서 3000번 버스를 타니 오전 8시 40분입니다. 김포를 지나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20분입니다.

오늘 걸을 길은 강화 성곽길로 남문 - 남장대 - 서문 - 북문 - 동문까지입니다.

"강화 산성은 강화읍을 에워싸고 있는 고려 시대의 성이다. 몽골의 침입으로 백성과 국토가 수난을 당하자 당시 실권자인 최우는 1232년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다. 왕궁과 관아 시설을 1234년 본격적 공사가 시작되었다. 성은 흙으로 쌓았고 내성, 중성, 외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성은 약 1,200m로 지금의 강화 산성이다." - 강화산성 안내문 인용

성곽길 따라 걸으며 본 가을 초입의 들녘

 강화 산성을 오르다가 바라본 강화 시내와 들녘
강화 산성을 오르다가 바라본 강화 시내와 들녘이홍로

강화 버스터미널을 나서 남문을 찾기 위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10분 정도 걸으니 남문이 보입니다. 남문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들잇길 들머리를 찾고 있는데 성곽길을 오르고 있는 어르신이 보입니다. 어르신과 같이 성곽길을 걷습니다. 어르신은 연세가 여든두 살이신데 매일 이 성곽길을 걸으신다고 합니다. 오르막길도 숨소리도 내지 않으시며 가볍게 오르십니다. 어르신은 강화에서 나시고 82년 동안 강화에서 사셨다고 합니다. 성곽길을 걸으시며 일제 말기 이 산성의 돌들을 사람들이 가져다가 팔았다고 아쉬워하셨다. 이 돌들은 한옥을 짓는데 팔았다고 한다.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가니 강화 시내와 노랗게 벼가 익어가는 들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강화도에는 수없이 왔지만, 이 아름다운 산성길은 처음입니다. 남장대에 올라서니 강화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산성을 정비하고 있는데 잘 정비된 산성도 아름답지만 조금씩 무너진 산성이 더 운치가 있고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기분도 있습니다.

 강화 산성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강화 산성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이홍로

 강화 산성 풍경
강화 산성 풍경이홍로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이홍로

 강화 산성 풍경
강화 산성 풍경이홍로

 서문으로 가다가 바라본 풍경
서문으로 가다가 바라본 풍경이홍로

 강화 산성 남장대
강화 산성 남장대이홍로

남장대에서 같이 걷던 어르신과 헤어졌습니다. 어르신은 소나무 숲으로 가시고 저는 성곽길을 걷기 때문입니다. 남장대에서 서문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입니다. 내려가다 보니 암문을 복원하는 공사를 하는 곳이 나옵니다. 산성길 중간중간 공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산성길을 내려가다가 전망 좋은 곳에서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성곽길을 걷고 있습니다. 뒤떨어진 학생들을 돌보며 성곽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을 바라보니 마음마저 훈훈해집니다.

익어가는 밤, 훈훈해지는 마음

 성곽길 옆 밤나무
성곽길 옆 밤나무이홍로

 밤나무와 산성길
밤나무와 산성길이홍로

성곽길 옆의 밤나무에는 밤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알밤이 떨어지고 있는데 하나 주워 먹으니 정말 고소하고 맛이 있습니다.

잔디 축구장을 건너 서문으로 가는데 개울가에서 아이들이 물고기, 조개를 잡으며 놀고 있습니다.

 강화 산성 옆 개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강화 산성 옆 개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홍로

 강화 산성 서문
강화 산성 서문이홍로

서문에 도착하였습니다. 맑은 하늘과 잘 보존된 성문이 잘 어울립니다. 서문은 첨화루라 하고, 남문은 안파루, 북문은 진송루, 동문은 망한루라고 하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문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니 성곽길이 사라지고 안내 표지도 없습니다. 조금 헤매다가 작은 숲을 지나 도로로 나오니 나들길 안내 표지가 보입니다. 여기는 소나무 숲길로 걷기가 편하고 운치도 있습니다. 얼마를 걷다 보니 북문이 보입니다. 북문에는 많은 학생이 성문을 돌아보고 기념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강화 산성 북문
강화 산성 북문이홍로

북문을 지나 계속 성곽길을 걷습니다. 북문에서는 강화 나들길 1코스가 연결됩니다. 북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성곽 복원공사를 하는 곳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계속되는 성곽길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성곽길 옆 그늘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노란 괴불주머니가 가을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늘 주말인데 성곽길을 걷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혼자 걷는 성곽길이 오히려 호젓하여 좋고, 조금씩 무너진 성을 보면서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좋았습니다.

 강화 산성 옆의 괴불주머니
강화 산성 옆의 괴불주머니이홍로

오늘의 종착점 동문에 도착하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동문이 잘 어울립니다. 비가 오고 난 후라서인지 날씨도 서늘하여 성곽길을 걷는 동안 땀도 거의 흘리지 않았습니다. 이 성곽길은 천천히 걸어도 4시간 정도면 됩니다.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강화 나들길 15코스 이 가을 걷기에 최고의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곽길 걷기를 마치고 내려와 강화 버스터미널 옆 풍물시장에 들렸습니다. 시장에는 과일, 곡식, 나물, 먹거리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주말이라서 사람들도 무척 많습니다. 저는 옛날을 생각하며 국화빵을 2000원에 사들고 버스터미널로 가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강화 산성 동문
강화 산성 동문이홍로

#강화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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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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