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과 코리아해리티지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웰다잉 투어. 삶과 죽음의 공간을 연계시킨 여행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서울시립승화원 운영팀 김보미씨는 "죽음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색투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설공단
서울시립승화원에 들어서면서 자꾸 고개를 돌리게 됐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슬픔에 잠긴 얼굴들,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장례 버스들, 볼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아서다. 언젠가, 분명히, 나도 오게 될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스스로 낯설게 만들려고 했던 두 글자, 죽음이란 단어가 자꾸 크게 다가오는 듯했다.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런 곳은 가능하면 다가가지 않으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굳이 묘지에 다가가는 여행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설공단이 코리아해리티지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웰다잉 투어, 용미리 1묘지, 망우리 묘지, 4.19 민주묘지 등을 꼭 돌아본다고 한다. 물론 묘지만을 가는 건 아니다. 한옥마을도 가고, 김수영 문학관도 찾는다. 가회동 성당이나 길상사 또는 정동교회도 가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공간을 함께 돌아보는 여행이다. 이 색다른 여행을 생각해 낸 사람을 만나러 지난 10일 서울시립승화원에 갔다. 승화원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보미씨, 만나자마자 사실 살짝 '깼다'. 서른한 살의 젊은 여성, 죽음을 여행과 엮어낸 사람치고는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뜸 '웰다잉 투어'를 한 문장으로 소개해달라는 부탁부터 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죽음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색 투어"라는 답을 들려줬다. "평소 묘지를 둘러볼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고, 한용운, 방정환, 조봉암, 이중섭 등 다양한 분의 묘지를 만날 수 있으니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그럴 수 있다. 교과서에서나 만났던 인물과의 거리감은 확연히 줄어들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종의 묘지 관광 아닌가. 내친 김에 '선입견 보따리'부터 풀어봤다.
일종의 묘지 여행? 묘지에서 깨지는 선입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