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소통
공갈만
아버지 말에 백희정씨는 창고에 와서 그냥 막걸리와 봉지를 바라만 봤다고 진술했다. "이게 청산가리인지 어떻게 알았어?"란 수사관 질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라고 답했다.
백희정씨는 옥상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 나서, 사용했던 면장갑과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고 했다. 백희정씨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침 아버지가 종량제 봉투를 인근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았고, 쓰레기 수거 차량이 싣고 가버렸다고 했다.
변호인은 부녀의 공모 방법을 가리켜 '이심전심'이라고 표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소통도 없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읽은 듯이 증거물을 은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변호인은 다음 대목에서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희정씨는 7월 4일 저녁에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 나서, 채소 냉장고 칸에 보관했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2009년 7월 4일 순천은 29.8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백희정씨가 창고에서 막걸리를 확인한 것은 7월 3일 저녁이었다.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막걸리를 이튿날 저녁까지 밀폐된 창고에 방치했다. 무더운 여름에 24시간 가까이 막걸리를 실온 보관했다는 얘기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이미 막걸리가 상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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