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대나무 잎들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사사삭 사사삭’ 노래한다.
김종신
남부산림연구소 내 죽림 산책로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 곳은 칠암동 대나무 숲이다. 진주시 걷고 싶은 길 중 하나인 이곳은 '남가람 공원 대나무 숲길'이다. 진양교와 진주교 중간 사이에 있다.
남강을 끼고 함께 거니는 대나무 숲길. 숲길 옆으로는 4차선 도로가 놓여 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가 여기가 숲길인가 싶다. 긴 의자에 앉았다. 가방에서 꺼낸 캔커피 한 모금으로 온몸에 달짝지근한 먼저 기운을 넣었다.
남부산림연구소 내와 달리 이곳은 도심에서 가까워 수시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깔따구와 모기도 없다. 숲 곳곳에 남강 변으로 길이 나 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바람이 분다. 대나무 잎들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사사삭 사사삭' 노래를 한다. 대나무 숲의 노래에 남강 변으로 나왔다. 남강 건너 벼랑인 뒤벼리 길의 풍경이 정겹다. 하늘은 푸르고 한 점 구름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지나간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바라보는 뒤벼리 중간에 백로 조형물이 운치를 더한다.
남강은 잔잔하게 일렁이며 동으로 흘러간다. 다시 숲으로 들어왔다. 대나무가 만든 그늘에 앉았다. 코로 길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 뺏길 여러 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온몸이 초록의 대나무에 물든 느낌이다. 키다리 대나무 덕분에 나무 아래는 어둑어둑하다. 어둑한 땅 가까이에도 햇볕 한 줌이 들어오고 한껏 해님을 향해 몸짓하는 풀이 귀엽다. 싱그럽다.
칠암동 대숲에서 걸어서 20여 분이면 망경동 대숲이다. 남가람 문화거리는 천수교에서 진양교까지인데 대숲은 진주교를 사이에 두고 칠암동과 망경동, 두 곳에 있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촉석루 맞은편 남강 변에는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심은 대나무밭이 지금의 천수교에서 진양교까지 2.9km에 이어져 있었다.
대나무들이 내뿜는 진녹색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