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박물관의 외관
김현지
바야흐로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997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 <타이타닉>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실화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 당대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고, <타이타닉>은 2009년 <아바타>가 나오기 전까지 북미 흥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사실 그때는 영화 이면의 이야기는 잘 몰랐다. 그저 만인의 연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기 위해 <타이타닉> 영화를 봤다. 영화에 대한 기억은 셀린 디옹이 부른 사운드트랙, 레오나르도와 케이트의 뱃머리 씬, 마지막 배가 침몰할 때 끝까지 연주를 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 두 손을 꼭 잡은 채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노부부 등 전체적인 줄거리 보단 순간적인 장면이 대부분이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나라인 아일랜드에 살고 있다. 그리고 타이타닉 배를 직접 제조한 장소에 와 있고, 그 배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또한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놓은 영화로 <타이타닉>을 기억하고 있던 내가, 타이타닉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더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배를 설계했고, 배의 규모가 어떻게 되었으며, 배가 어떻게 제조되었고, 타이타닉 배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특히 아일랜드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등.
영화에서도 3등실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장면이 잠깐 소개된다. 타이타닉호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삶의 애환, 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던 타이타닉호가 어떤 비극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아일랜드 국민들 의식 속에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는지는 아일랜드에 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