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우리술연구소 소장이 쌀가루를 빻아 찜통에 쪄낸 후 식히고 있는 모습이다.
김영숙
"전국 술대회가 있어서 출품하고 오는 길이었어요. 술 이름이 옛 문헌에 있는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인데 백발노인이 마시면 머리가 검게 돼 회춘한다는 술이죠. 그 술을 복원하는 대회예요. 대상 받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죠."일반 누룩이 아닌 녹두 누룩으로 빚는다는 이 술은 녹두를 주성분으로 하는 특별한 술이다. 전국 대회가 있다고 해 처음으로 출품해 봤단다. 하지만 그의 술맛은 이미 두 달 전 전국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동문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삼해주(三亥酒)'를 만드는 대회를 연다. 삼해주란 십이지(十二支) 중 열두 번째인 돼지날(해일:亥日) 중 정월 첫 해일에 시작해 12일에 한 번씩 3회에 걸쳐 빚는 술을 말한다.
지난 7월 2일 열린 대회에 전국에서 동문 30여명이 참가했는데, 서 소장은 압도적인 표차로 1등을 차지했다.
"참가자와 시음하러 온 사람 100명이 투표했는데, 우리 술이 53표를 받았어요. 압도적인 이유요? 고문헌(古文獻) 방식으로 만들어서 개량적으로 만든 데와 비교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주효했던 거 같아요. 고문헌 방식이 현대 입맛에도 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을 잘 빚는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전문가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2005년 가양주모임 '술 빚는 사람들' 시작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현 인천평화복지연대) 남지부 사무국장이었던 서 소장은 2005년 처음으로 가양주 모임을 시작했다. 가양주(家釀酒)란 집에서 담근 술을 말한다. 정형서 우리술연구소 대표가 서울에서 술 담그는 법을 배우고 와 좋은 술을 만들어 먹자라는 취지로 인천연대 회원들을 대상으로 '술 빚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술이 아니라 식초 수준이었죠. 2010년부터 안정적으로 술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남구의 지원을 받아 가양주학교를 하기도 해, 모임 회원을 늘렸습니다. 가양주학교는 2011년부터 4년째 하고 있는데, 대기자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가양주학교가 끝난 후 한 달 주기인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었다. 술이 익는 시간이 한 달이라 모임 주기가 그런 것이며, 모임 때마다 한 달 전에 담근 술을 갖고 오고 새 술을 또 담근다. 가지고 온 술을 음미하며 서로 비교하는 모임은 매번 축제이다.
'술 빚는 사람들'은 2008년부터 매해 문학산 정상에 주둔한 군부대의 개방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아 문학산 축제를 벌였다. 군부대 때문에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있어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부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학산에는 술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전설을 지닌 '술바위'도 있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축제를 했다.
가양주의 매력에 푹 빠져 재작년에는 전북 고창까지 가서 술 담그는 법을 배우고 왔다. 보름간 합숙교육이었다.
"건강하고 좋은 술을 마시는 게 좋죠. 또한 술이 익어가는 과정이 아름다워요. 효모가 발효하면서 보글보글 익어가는 소리를 내는데 항아리에 귀를 대면 비오는 소리처럼 들려요. 효모가 살아있는 걸 느낀다니까요."남구 숭의동 평화시장에 둥지를 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