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이희훈
취재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됐다. 지난 몇 년간 법원이 '조작됐다'며 무죄를 선고한 간첩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수사관들이 훈장을 받았던 것. 또 훈포장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친일 행적자와 함께 일제 식민 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도 있었는데, 이들에게 훈장이 가장 많이 수여된 시기가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 때였다. 이런 내용이 담긴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 방송은 지난 7월 취재가 마무리돼 있었다.
이들 성명에 따르면, 초기 "사실상 확정됐던" 방송 일자는 점점 밀리기 시작하더니 7월 말부터는 갑자기 방송 예정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들 <훈장> 제작팀은 "탐사제작부장·시사제작국장이 기획 의도와 취재 내용이 담긴 기획안, 상세 방송 내용, 데스킹을 거친 원고 등 무리한 요구를 해도 다 들어줬다, 수차례 하소연와 설득과 논쟁도 했다"면서 "그러나 '잠정적으로라도 방송 일자를 잡자'는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작팀에 따르면 이후 <훈장> 보도와 관련한 사내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민감한 내용이라서 그렇다", "공식적인 발제는 하지 마라", "<훈장>이 2부작을 할 만한지 재검토해 봐라"와 같은 말이 간부급에게서 나왔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제작팀은 성명에서 "(간부들은) 두 달 넘게 여전히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탐사보도 팀장도 교체됐다. <훈장> 제작팀은 이와 관련 "취재 기자들도 곧 인사가 날 수 있다"며 "이번 취재 과정에서 보인 국장과 부장의 태도는 안절부절과 도망 다니기였다, 더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은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사측 "사실 아니야, 메르스 탓에 연기" vs. 취재 기자 "비정상적 절차"
이와 관련 KBS 홍보팀 관계자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 메르스 때문에 연기된 탓'이라며 '원고 자체가 지난 주 수요일에 와서 데스크를 보는 중'이라고 한다"고 해명했다. 해당 탐사보도팀 팀장 인사 이동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과는 무관한, 팀장급 정기 인사"라고 덧붙였다.
한 KBS 취재 기자는 사측 해명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BS 방송 제작 내부 프로세스가 그렇지 않다, 사측도 비정상적인 절차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제가 근무해 온 20여 년 간 '데스킹 거친 원고를 가져와야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적은 없었다, 이건 평소 진행해온 방송 제작 절차와는 거꾸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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